[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KBO리그 공인 에이전트 제도가 3년째에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한국판 보라스'의 등장은 커녕 정착조차 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대어급 FA들이 잇달아 대형 계약을 맺으면서 반짝하는 듯 했지만, 찬바람이 더욱 거세진 올해 스토브리그에선 이렇다 할 성과조차 제대로 남기지 못하고 있다.
KBO리그 에이전트 제도 시행 당시만 해도 기대감이 컸다. '을'의 입장에서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밖에 없는 선수들이 에이전트의 도움으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고, 그에 맞는 대우를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지난해 스토브리그부터 불어닥친 한파의 여파, 일부 에이전트들의 협상력 부재는 '에이전트 역할론' 마저 무색케 만들고 있다.
에이전트 제도 시행 초기부터 지적됐던 '스몰 마켓의 한계'가 여지없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0개 구단 체제인 KBO리그 내에서 결론을 도출하지 못하면, '플랜B'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FIFA(국제축구연맹)의 철저한 관리 감독 하에 활동 중인 축구 협상 중개인들이 '세계'를 무대로 다양한 선택지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구단들과 줄다리기를 펼친다. 하지만 KBO리그 생태계에선 미국, 일본 뿐만 아니라 대만도 차선책이 될 수 없다. 내부 제도-시장성의 한계 등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움을 해야 하는 KBO리그는 에이전트들이 애초에 힘을 펴기 어렵다는 점이 다시금 증명된 셈이다.
일각에선 지난해 양의지, 이재원, 최 정이 거액을 손에 쥔 부분을 두고 '에이전트의 능력'을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냉정히 볼 때 이들의 계약 역시 즉시전력감 내지 팀내 상징성이 큰 선수라는 구단의 판단, '포수난'이라는 수요와 공급의 논리에 의해 움직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스토브리그는 구단들이 칼자루를 쥔 싸움이다.
그렇다면 에이전트 제도는 결국 '이루지 못할 꿈'에 불과한 것일까. 에이전트들은 스토브리그 한파를 깨는 돌파구를 만들 수 있다. 구단들이 철저한 고과 시스템과 데이터로 무장하지만, 에이전트는 스스로의 노력으로 구단이 숫자 속에서 미처 잡아내지 못하는 고객(선수)의 가치 뿐만 아니라 가능성까지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각종 첨단 장비와 데이터로 무장해 선수들을 낱낱이 파헤치는 구단들을 이길 수 있는 더 세부적인 지표와 논리 뿐만 아니라, 선수에게 과연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를 이해시킬 수 있는 노력과 진정성이 수반될 때 스스로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올 시즌을 마친 뒤 FA를 신청한 선수는 19명. 이 중 계약 도장을 찍은 것은 이지영(키움 히어로즈·3년 총액 18억원), 유한준(KT 위즈·2년 총액 20억원), 정우람(한화 이글스·4년 총액 39억원) 3명 뿐이다. 나머지 선수들의 계약은 현 추세라면 해를 넘길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올 초 '노경은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FA 미아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계약이 하루 늦어질 때마다 1억원씩 가치가 깎인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해답은 시장이 아닌 에이전트 자신에게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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