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결과가 나와봐야 알 것 같습니다."
2일 서울 논현동에서 열린 2019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 정기총회. 이날 현장에서 만난 선수, 관계자들은 약속이라도 한듯 이렇게 말했다. 이날 선수협은 지난달 말 KBO 이사회가 내놓은 제도 개선안을 놓고 수용-불가 여부를 가리는 투표를 진행했다.
총회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10개 구단에서 각각 60명의 선수들이 참석했다. 선수협은 이날 오전 이들을 대상으로 KBO가 내놓은 제도 개선안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배포 자료에는 현행 제도와 개정안의 비고를 비롯해 FA 등급제 시행안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담겨 있었다. KBO 이사회가 제안한 최저 연봉 인상, FA 취득기간 단축, 부상자명단 제도 시행, 엔트리 확대를 '선수가 얻는 부분'으로 분류한 반면, 샐러리캡 도입과 외국인 출전 엔트리 확대 및 육성형 외국인 제도 도입, 지정용품 사용 및 블랙아웃 등 구단 마케팅 협조 사항을 '선수가 양보해야 할 부분'으로 분류했다.
선수들의 관심은 고졸(9년→8년)-대졸(8년→7년) 차등 적용되는 'FA 취득기간 단축'에 맞춰졌다. 선수협 측은 고졸-대졸 출신으로 분류한 선수들의 예시까지 담으면서 KBO 이사회 안을 받아들일 경우 FA 취득 연한이 어떻게 단축되는지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첨부 자료엔 '샐러리캡 제도 도입에 따라 늦어도 2021시즌 종료 후부터 도입이 예상된다'며 '지난달 이사회 당시 2022년 후 적용 안이 나왔지만, (선수협) 거부 후 2021년으로 1년 이상 단축됐고, 샐러리캡 도입 여부에 따라 2020년 시즌 종료 후에도 도입이 가능하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이날 투표의 변수로 지적됐던 '샐러리캡' 도입에 대해 선수협 측은 'FA 취득기간 단축과 맞바꿈'이라는 설명도 달아놓았다.
선수협은 1시간 가량의 설명을 마친 뒤 비공개 투표를 진행했다. '유권자'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수도권 구단 베테랑 선수 A는 "FA 등급제, 샐러리캡 등 여전히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FA 취득기간 단축이 젊은 선수들에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시각을 드러냈다. 반면 지방 구단 중간 연차 선수 B는 "최저 연봉 인상 등 분명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FA의 경우 와닿지 않는 부분도 있었던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 투표 결과에 따른 파장에 촉각을 세우는 모습이었다.
결과는 '가결'이었다. 투표 결과 찬성 195표, 반대 151표의 결과가 나오면서 KBO 이사회 제도 개선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이사회 제안 수용파'로 분류됐던 김선웅 전 사무총장의 재신임 대신 새 인물을 앉히는 등 '강경' 쪽에 쏠린 것으로 알려졌던 선수협 집행부 분위기 등을 볼 때 의외의 결과라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처우 개선에 대한 젊은 선수들의 의지가 더 크게 작용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총회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 나선 이대호 선수협회장은 "야구계 위기라는 점에 선수들도 공감한 부분이 작용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우여곡절 끝에 결론이 났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선수협은 이날 '조건부 수용'이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대호 회장은 "투표 결과 찬성표가 좀 더 많이 나왔지만, 반대표도 적지 않았다. 조건부 수용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며 "선수들도 프로야구 위기라는 점에 공감하고, 제도 개선안을 받아들일 준비는 되어 있지만, 샐러리캡에 대해 논의된 부분은 아무것도 없다. 선수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논의된 부분도 샐러리캡이다. 결국 그 부분이 (KBO 이사회와의) 논의 출발점이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KBO 고위 관계자는 "아직까지 샐러리캡 시행에 대한 구체적인 안이 잡힌 부분은 없다. 내년 1월 실행위원회를 통해 논의되야 할 부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샐러리캡 시행 시기를 두고도 "각 구단의 경영 상황이 있는 만큼, 2020시즌 직후 도입은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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