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아버지 장례식을 치르러 가야."
이번 시즌 원주 DB는 뜻밖의 '복덩이'를 얻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원래 칼렙 그린과 함께 계약했던 일라이저 토마스가 시즌 개막을 앞두고 허리 및 햄스트링 부상으로 아웃되자 급하게 뽑은 치나누 오누아쿠(23)가 알고보니 복덩이, 숨은 진주였다. 오누아쿠는 DB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 팀의 시즌 초반 선두권 순항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2016 NBA 드래프트 전체 37순위로 휴스턴에 입단했던 오누아쿠는 신장 2m8에 광대한 윙스팬을 자랑하는 빅맨이다. 하지만 공격력에서는 별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이상범 감독도 순전히 수비력만 보고 오누아쿠를 뽑았다는 말을 여러 번 했었다. 공격에서 해결해 줄 선수가 많은 관계로 오누아쿠에게는 수비에서 '궂은 일'을 해주길 바라고 있었다.
그 기대대로 오누아쿠는 상대팀의 장신 외국인 선수를 맡아 단단하게 골밑을 지키고 있다. 더불어 별로 기대치 않았던 공격에서도 심심치 않게 활약을 펼친다. 무엇보다 오누아쿠는 특유의 '강백호 자유투'로 농구 팬들의 인기까지 끌고 있다. 이쯤 되니 DB가 '복덩이'라고 부를 만 하다.
하지만 당분간 오누아쿠 없이 경기를 치러야 할 상황이 발생했다. 약 3경기 정도 빠질 듯 하다. 바로 부친상을 치르기 위해 미국으로 갔다 와야 하기 때문. 그런데 오누아쿠의 부친이 임종한 때는 최근이 아니라 지난 10월 초. 벌써 두 달이나 지났다. 그런데 왜 지금에 와서야 간다는 것일까.
4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인천 전자랜드와의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홈경기를 앞둔 DB 이상범 감독은 "나이지리아 풍습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누아쿠는 미국 출신이지만, 그의 가족은 원래 나이지리아 출신이다. 그래서 부친상을 나이지리아 방식으로 치르기로 했다. 이에 따르면 상(喪)이 발생했을 때 바로 장례를 치르지 않고, 온 가족이 모인 뒤에야 장례식을 치른다고 한다.
때문에 오누아쿠는 이미 지난 이 감독에게 한 달 전부터 이런 상황을 설명하고 미국행 양해를 구했다. 이 감독은 "미리 얘기해둔 것이라 다음 주 삼성과의 원정경기 전부터 1주일 가량 나갔다 오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10일 삼성, 14일 KGC, 15일 오리온전 등 3경기에 오누아쿠가 나오지 못한다. DB로서는 전력 손실요인이 꽤 크다. 선두권 유지의 시험무대라 할 수 있다.
원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