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엄청난 인기만큼, 영화를 둘러싼 논란 역시 뜨겁다. 극장가를 씹어삼킨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2' 이야기다.
지난달 21일 개봉한 '겨울왕국2'(크리스 벅·제니퍼 리 감독)가 개봉 13일 만에 900만명에 육박하는 누적관객수를 기록하며 그야말로 신드롬급 인기를 끌고 있다. 2014년 개봉한 1편이 애니메이션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개봉 전부터 큰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던 '겨울왕국2'는 1편보다 더 화려해진 영상미와 스케일, 깊어진 이야기로 관객들을 만족시키며 10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뒀다. '인투 디 언노운(Into the Unknown)'을 비롯한 OST들도 각종 음원 사이트 상위권에 랭크되며 '제2의 렛잇고 열풍'을 재연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인기만큼 영화를 둘러싼 논란 역시 식지 않고 있다. 개봉 하자마자 문제가 됐던 건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다. '겨울왕국2'는 개봉하자마자 다른 동시기에 개봉한 다른 영화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스크린과 좌석수를 확보했다. 이에 '겨울왕국2' 개봉 바로 다음 날에는 영화인 대책위원회(반독과점영대위)가 '겨울왕국2'의 스크린 독과점 사태에 대해 비판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겨울왕국2' 개봉 이후 급작스럽게 스크린수와 좌석수를 빼앗긴 '블랙머니'의 정지영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손님이 많이 든다는 것은 그 영화를 좋아한다는 것이고, 그래서 스크린을 더 많은 열어야 한다고 많이들 생각하지만, 사실은 불공정한 시장 원리가 작동한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라며 "자본주의 시장에서 최대 이익을 내기 위해 법망만 피하면 되는 이런 불공정한 시장을 법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크린 독과점으로 인해 수입·배급사사가 고발당하는 초유의 일까지 벌어졌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겨울왕국2'가 국내 상영관 대부분을 독점하고 있어 독점금지법(독점금지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을 위반했다고 수입·배급사인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를 지난 1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것.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프랑스는 극장에서 한 영화가 스크린 3개 이상을 잡으면 불법이고, 미국도 점유율을 30% 넘기지 않는다"고 예를 들며 "디즈니코리아는 스크린 독점을 시도해 단기간에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면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독점금지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같은 독과점 논란에 대해 월트디즈니코리아 측은 그 어떤 입장을 내지 않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여전히 거세고 있는 가운데 오역 논란까지 휩싸였다. 관객들은 적절치 못한 번역으로 인해 영화를 100% 즐길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관객들이 지적하는 오역 장면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로는 안나와 올라프의 대화 장면. 극중 안나가 눈사람인 올라프에게 "Enjoying your new permafrost?"라고 묻는데, 이는 "영구 동결 상태가 마음에 드니?"라는 의미다. 1편에서 줄곧 날이 따뜻해지면 몸이 녹을까봐 걱정을 하던 올라프가 엘사의 마법으로 녹지 않는 몸이 됐다는 의미로 1편의 내용과도 이어지는 대사였다. 하지만 자막에서는 "새 얼음 장판이 마음에 드니?"라고 엉뚱하게 번역돼 관객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더빙판에서는 "이제 몸이 녹지 않으니 좋니?"라고 올바르게 번역됐다.두 번째 오역은 'Gesture charade'라는 단어의 번역이다. 이는 '제스처 게임'이라는 뜻으로 이번 영화에서 인상적으로 등장했던 엘사, 안나, 올라프, 크리스토퍼가 함께 서로의 제스처를 보고 단어를 맞추는 게임을 말한다. 하지만 자막판 영화에서는 이 단어가 '제스처 게임'이 아닌 '무도회'로 번역됐다. 엘사가 안나에게 온 편지를 읽는 장면에서 이 단어가 포함된 문장을 "금요일에 열리는 무도회 늦지마"라고 하는데, 영화에서 무도회는 단 한 장면도 등장하지 않는다. 당연하게 이 장면 뒤에 등장하는 건 네 주인공이 함께 제스처 게임을 하는 장면이다. 이 또한 더빙판에서는 "같이 제스처 놀이 하자"라고 제대로 번역됐다.
팬들은 번역에 대한 항의를 계속했고 월트디즈니코리아 측에 번역가 공개를 요구했지만, 디즈니 측은 논란을 의식한 듯 "번역가는 비공개. 누구인지 밝히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관련한 대응과 마찬가지로 입을 꾹 다물고 있다. 하지만 팬들은 그동안 디즈니 마블 작품에서 숱한 오역을 만들어냈던 특정 번역가를 언급하며, 그동안 팬들의 불만을 자아냈던 번역가를 계속해서 기용해 사용하는 월트디즈니코리아 측에 쓴소리를 내고 있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