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광주FC 기영옥 단장이 박수칠 때 떠난다.
2010년 시민구단 광주의 창단을 이끌고 2015년 4월부터 단장을 맡아 올해 K리그1 승격을 뒷받침하는 등 근 10년간 광주의 역사를 함께 한 기 단장은 "광주를 떠난다. 1부 승격하면 관둘 생각을 하고 있었다. 고민은 전혀 안 했다"고 사퇴를 선언했다.
국가대표 전 주장 기성용의 부친이기도 한 기 단장은 4일 오후 '스포츠조선'과 전화통화에서 "광주시축구협회장 하면서 팀을 만들고 연습구장과 전용구장을 지었다. 올 시즌에는 팀을 1부에 올려놨다. 내 임무는 다했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어서 대표께 내 뜻을 전했다"고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기 단장은 광주에서 희로애락을 함께 했다. 2부로 강등된 팀에 남아 팀의 재승격을 위해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광주 숙소와 전용구장 건립을 위해 시의회에 참석해 '여기가 광주 FC냐, 아니면 전라 FC, 목포 FC냐. 경기만 여기서 하는 것뿐이지 숙식을 거기서 해결하지 않느냐'라고 소리 친 일화는 유명하다. 그 결과 창단 10주년을 맞이한 2020년, 광주는 전용구장에서 K리그1 무대를 누비게 됐다.
"단장으로 와서 팀이 2부로 강등됐을 때 마음이 아팠다. 역으로 팀이 올 시즌 승격했을 때가 가장 기뻤다"고 지난날을 돌아본 기 단장은 "내 고향팀인 만큼 아쉬움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짐을 내려놓은 것 같아 홀가분하다. 아들(기성용)도 아빠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쉬라고 하더라. 훗날 광주FC를 위해 열심히 일했던 사람으로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년 1월부터 K리그1 복귀 준비를 시작하는 광주에 대해선 "인프라는 다 갖춰졌다. 박진섭이 능력이 있는 감독이기 때문에 잘 헤쳐나갈 것"이라며 "뒤에서 광주를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