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었지만 두산 베어스는 여유 만만이다. 두산은 지난 4일 '조쉬 린드블럼의 보류권을 풀어주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재계약 협상 중단, 새로운 외국인 투수 영입 모색을 의미한다. 당초 보류선수 명단에 린드블럼을 넣었지만 선수의 마음은 메이저리그를 향하고 있었다. 제대로된 협상을 할 겨를도 없이 린드블럼은 빅리그행을 서둘렀다. 메이저리그에서 복수의 구단이 KBO(한국야구위원회)에 신분조회 요청을 했다.
보류권을 소유하고 있으면 향후 5년간 우선계약 권리를 가지지만 두산은 이 마저도 손에서 놓았다. 윌린 로사리오(전 한화 이글스) 등 경쟁력 있는 외국인 선수를 보류권까지 풀어주는 일은 매우 드물다. 린드블럼은 올시즌 20승에 MVP를 차지한 초특급 투수다.
재계약이 불발되면 자동으로 보류권을 풀어주는 조항이 계약서에 들어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린드블럼은 앞선 롯데 자이언츠와의 계약(2017년)에선 보류권 해제 조항을 넣었다. 당시 대체선수 영입이 절박했던 롯데는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를 토대로 두산으로 이적하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바 있다.
두산은 오히려 담담하다. 두산 구단 고위관계자는 "메이저리그에서 신분조회가 들어오면 두산 보류선수로 나온다고 에이전트가 불멘소리를 했다. 그래서 우리 스카우트가 '아 그런가 그러면 풀어주겠다'고 큰 어려움없이 얘기를 했고, 구단에서도 오케이한 부분이다. 더욱이 린드블럼이 이번 메이저리그 윈터미팅때 팀을 무조건 결정한다고 얘기를 했다. 그래서 풀었다"고 말했다.
계약 조항에는 보류권 해제가 분명 없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도 편하게 대체 선수를 찾아야 한다.할수 없다. 외국인 선수는 원래 그렇다. 더 쓸건지 고민해서 판단하면 된다. 성적을 냈을 때 그대로 팀을 유지시키는 것보다 약간씩 정리하면서 가는 부분도 필요하다. 내년에는 우리도 FA가 많으니 분기점이 될수도 있다"고 말했다.
두산의 이같은 특별한 배려는 린드블럼만한 구위를 가진 선수를 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다. 롯데에서 이닝이터 역할을 하던 린드블럼은 두산에서 15승, 20승 투수로 거듭났다. 두산은 '투수 온실'이다. 투수 친화적인 잠실구장, 탄탄한 내외야 수비는 투수의 능력을 극대치로 끌어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린드블럼이 두산이 아닌 타팀에서 뛰면 올해같은 퍼포먼스를 발휘하기는 쉽지 않다는 냉정한 판단도 한 몫했다.
이 관계자는 "린드블럼이 미국에서 뛰다가 돌아와서 국내 다른 팀에서 던지면 그때는 할수 없다. 나이도 있지 않느냐. 여하튼 그동안 잘해줬다"며 웃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