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홍 대리라 불러주십시오."
9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열린 코엑스 오디토리움.
행사가 끝나고 무대 아래서 장난스레 꾸벅 인사하는 장본인. 키움 히어로즈 홍원기 수석코치(46)다. 미국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제리 샌즈의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대리 수상하기 위해 행사장을 찾았다.
대리 수상자임에도 그는 싱글벙글이다. 마치 자신이 상을 받은 사람처럼 유쾌하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대리수상. 홍 수석코치는 지난해 육군훈련소에서 훈련을 받던 유격수 수상자 김하성을 위해 대리 수상을 한 바 있다.
단상 위 소감도 유창했다. "지난해 육군훈련소에서 훈련을 받던 김하성 선수의 대리 수상 이후 두 번째다. 이제 대리 수상 전문 코치가 됐다. 지금 미국에서 일라이, 터커 두 아들과 재밌게 놀고 있을 샌즈에게 상을 잘 전달하겠다. 내년에는 이 자리에 더 많은 키움 선수들이 올라올 수 있도록 뒷바라지 잘하겠다."
2년 연속 대리수상. 이제 자학 개그도 서슴지 않는다.
"선수 때 못 받았던 걸 2년 연속 받는다니까요. 수석에서 대리로 바로 강등됐습니다. 하하."
뭐가 그렇게 즐거울까.
"너무 좋지요. 앞으로도 우리 선수들이 더 많이 받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저희 같은 코치들이 도와줄 일이고, 보람이죠."
히어로즈 창단 멤버인 홍 수석코치는 팀과 선수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큰 형님 리더십으로 선수들과 가까이 호흡해왔다. 새로 부임한 공주고-고려대 동기동창 손 혁 신임감독을 그림자 처럼 보좌할 최적임자. 손 감독 부임과 함께 수비코치에서 수석코치로 발탁된 이유다.
홍 수석코치는 바람은 딱 하나다. 더 많은 선수가 히어로즈에서 쑥쑥 성장해 팀과 한국 프로야구를 발전 시키고 기회가 된다면 더 큰 무대로 진출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내년 시즌 후 포스팅 시스템으로 미국 진출을 모색중인 김하성의 도전을 진심으로 응원했다.
"창단 때부터 줄곧 선수들과 가까운 거리에 있으려 했습니다. 고맙게도 많은 선수들이 형처럼 따라줘서 큰 보람을 느끼며 한 팀에서 오래 코치 생활을 할 수 있었죠. 새로 부임하신 손 혁 감독님을 잘 모시고 선수단의 성장에 이바지 하고 싶습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