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2년 전이 마지막이었는데…, 여기 다시 와서 또 마지막 경기를 치렀네요."
부산 아이파크와 경남FC의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이 열린 지난 8일 창원축구센터. 부산의 1부리그 승격이 확정되자 남몰래 왈칵 눈물을 쏟아낸 이가 있다.
부산 구단 사무국을 이끌던 김병석 전 사무국장이다. 김 전 국장이 하늘을 바라보며 속으로 목놓아 부른 이름은 '조진호'였다. 김 전 국장은 지난 8월 모기업 HDC(현대산업개발)의 사내 인사발령에 따라 계열사로 이동했다.
근무지가 강원도 원주지만 "부산의 승격을 직접 확인해야 평생의 한이 풀린다"며 시간을 쪼개 부산으로 달려와 응원했다. 고(故) 조진호 감독에게 갚지 못한 '빚'을 갚고 싶기도 했다.
김 전 국장은 2017년 10월 그날을 잊지 못한다. 고인이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대했던 기억이다. 2년 전 10월 8일, 부산은 경남과의 2017시즌 마지막 맞대결로 창원 원정에 나섰다가 0대2로 패하고 돌아왔다. 당시 K리그2 우승을 노리던 부산은 상대 전적 1무3패로 경남에만 약한 바람에 1위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부산으로 돌아온 김 전 국장은 몹시 속상해하는 조 감독의 표정이 눈에 밟혀 늦은 밤 조 감독의 숙소가 있는 동네(부산 북구 화명동)로 달려갔다. 김 전 국장은 "승부욕이 강한 조 감독이 경남전에 대한 스트레스가 큰 것 같아 'FA컵, 승강 PO가 아직 남아 있다. 구단에서는 믿고 지원할테니 힘을 내시라'고 위로했더니 '힘들 때 찾아주셔서 고맙다. 다시 잘 해보자'는 감사인사를 듣고 집에 보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튿날인 10월 10일 오전 조 감독은 숙소 인근 산책로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고 결국 45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김 전 국장은 물론 부산 선수단, 축구계 모두에게 커다란 충격이었다.
그해 부산은 FA컵 결승, 승강 PO에 진출해 고인의 못다 이룬 꿈을 이루기 위해 눈물의 투혼을 펼쳤지만 실패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승강 PO에서 맞이한 상대가 하필 경남이었다.
김 전 국장은 "경남이 승강 PO 상대로 확정됐을 때 이번에는 실패하지 않을 것이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구단과 선수들이 경남을 꼭 꺾어야 하는 또다른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것이 고 조 감독과의 아픈 추억을 생생하게 품고 있는 선수들이 건재했다. 팀의 중심 이정협을 비롯해 김문환 이동준, 호물로가 고인의 마지막 시즌을 함께 보냈다.
이정협은 이번 경남전 승리로 승격을 확정한 뒤 그라운드에 얼굴을 묻고 펑펑 울었고 호물로, 이동준 등도 승리 세리머니가 끝난 뒤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5년 만에 승격을 이뤄낸 기쁨도 있었지만 조 감독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2년 전 상을 치렀을 때 부산 선수들은 고인에게 올리는 마지막 인사로 손편지를 썼다. 당시 이동준은 "욕도 먹고 혼도 많이 났지만 너무 그립고 보고싶습니다. 감독님이 이루고자 했던 목표를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라고 했고, 호물로는 "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고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당신을 위해서 싸울 것입니다. 신께서 당신과 가족을 지켜줄 것입니다"라고 애도했다.
그런 약속을 2년이 지나서야 지켰으니 고인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그리움이 얼마나 컸을지는 감히 짐작하기 힘들 것이다. 구단 관계자는 "경남에 무슨 원한을 품은 것은 아니지만 하필 고인의 마지막 상대였던 경남은 승강 PO에서 만나게 되자 선수단이 남다른 의기투합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 전 국장은 "창원을 다시 방문해 경기를 지켜볼 때 내내 고인의 얼굴이 어른거렸다. 선수들 심정은 오죽했겠나"라며 "큰 짐을 조금 덜게 돼 홀가분하면서도 약속을 너무 늦게 지킨 것 같아 또 죄송할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부산 선수들은 금명간 고 조진호 감독이 잠들어 있는 추모공원을 찾아 1부리그 승격을 신고한 뒤 기도할 예정이다. '이젠 정말 편히 잠드소서….'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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