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쎈돌 vs 한돌, 돌들의 전쟁'에서 이세돌 9단이 '행운의 승리'를 거뒀다.
18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바디프랜드 도곡타워에서 열린 '2019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의 치수고치기 3번기 1국에서 이세돌 9단이 92수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이기기는 했지만 인공지능 한돌이 오류에 가까운 실착을 둔 덕분에 거둔 승리라 '찜찜함'이 남는 한 판이었다. 이세돌 9단도 대국 후 "프로라면 누구나 대응할 수 있는 수를 (한돌이 놓쳐) 의아했다"며 고개를 갸웃했다.
치수고치기(승패에 따라 핸디캡을 조정하는 방식) 3번기로 치러지는 이번 이벤트에서 1국은 이세돌 9단이 2점을 깔고 시작했다. 덤 7집 반이 한돌에게 주어졌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고도로 진화한 인공지능의 실력을 감안해 한돌의 승리를 예상했었다. NHN의 AI 한돌은 올해 1월 신민준, 이동훈, 김지석, 박정환, 신진서 9단과의 릴레이 대국인 '프로기사 TOP 5 vs 한돌 빅매치'에서 5:0 전승을 기록했으며, 8월에는 '2019 중신증권배 세계 인공지능(AI) 바둑대회'에 참가해 3위를 달성한 바 있어 이런 예상을 부채질했다.
예측대로 초중반까지 전세는 이세돌 9단이 극히 불리했다. 이 9단의 우변 대마가 한돌에게 포획되면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은 것. 하지만 이 9단이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흔들기를 시도하면서 엉뚱한 상황이 벌어졌다. 큰 기대없이(?) 둔 흑 78에 한돌이 '당황'하면서 5급 정도면 알 수 있는 축과 장문을 이해 못하는 수순을 보이며 승리를 헌납한 것. 버그에 가까운 엉뚱한 수들이었다. 덕분에 이세돌 9단이 오히려 백 3점을 잡았고 전세는 180도 역전됐다.
이세돌 9단은 2016년 알파고의 4번째 대국에서 '신의 한수'로 기록된 백 78수를 작렬해 알파고를 상대로 이긴 유일한 인간으로 남아있다. 이번에도 묘하게도 흑 78수로 한돌을 무너뜨렸다.
승리를 거둔 이세돌 9단은 "2점을 깔고 바둑을 두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며 활짝 웃은 뒤 "2016년 알파고와의 4국에서 둔 백 78수는 정상적으로 받으면 안되는 (복잡한) 수였지만 오늘 흑 78수는 평이한 수라 저도 사실 많이 의아하다"고 말했다.
한돌을 개발한 NHN 측은 "이세돌 9단의 흑 78수를 한돌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전까지 한돌이 우세했는데 78수 이후 승률 확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패배를 전혀 예상 못했다. 한돌에게 2점 접바둑을 학습 시키면서 프로기사들과 테스트를 많이 했다, 근데 결과가 (테스트 때와 ) 많이 달라 당혹스럽다"면서 "시스템의 안정성을 체크한 뒤 19일 2국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행운의 첫승을 거둔 이세돌 9단은 "남은 대국에서 승패를 떠나 인간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저의 '마지막 승부'"라고 각오를 밝혔다.
'이세돌 vs 한돌'의 2국은 19일 열리며, 마지막 3국은 21일(토) 이세돌 9단의 고향인 전남 신안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진행된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