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그라운드만큼이나 치열한 전쟁이 그라운드 밖에서 펼쳐졌다.
18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홍콩과 중국의 2019년 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최종전이 열렸다. 이 경기는 경기 전부터 관계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웠다. 두 팀은 나란히 2연패로 순위와는 거리가 있지만, 경기 외 정치적 이슈로 관심을 모았다. 홍콩에서는 현재 시위가 한창이다. 범죄인 인도 법안, 이른바 송환법에 반대하며 시작된 시위는 '강압적 중국화'를 밀어붙인 중국 중앙정부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졌다. 국내 네티즌들은 국가간 대립이 치열한 시국에 펼쳐진 대결이라며 '이 시국 매치', '멸망전'이라는 신조어로 이 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홍콩-중국전 하루 전인 17일엔 지난달 부산대학교에서 홍콩 시위지지 대자보를 뜯은 한 중국인 유학생이 불구속 입건되는 등 부산 내에서도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이미 홍콩 응원단 70여명이 온 상황이다.
대한축구협회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했다. 협회 관계자는 17일 오전 부산 아시아드 보조경기장에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홍콩-중국전 경호를 위해 경찰 기동대가 기존 80명에서 240명까지 확대 배치되고, 사설 경호원 역시 560명에서 80명 늘린 640명을 배치한다"고 전했다. 협회 관계자는 "대회 전 개별국에 '경기장 내 정치적 문구 및 플래카드는 불가하다'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다"고 했다.
경기 전 경호 인력을 더욱 늘렸다. 경기장 출입 게이트에도 '경기장 내 정치적 문구 및 플래카드는 불가하다'는 공지글을 곳곳에 붙였다. 경기 입장 때부터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주최 측은 홍콩 팬들의 입장에 소지품 검사를 강화했고, 경기장 내 반입할 수 있는 물품을 두고 홍콩 팬들과 자원봉사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한켠에 자리한 홍콩 응원단은 마치 전쟁을 치르듯 응원에 나섰다. 홍콩은 국제대회에 국기를 별도로 내걸지만, 국가는 중국국가인 '의용군 행진곡'을 쓴다. 그래서 이날 국가는 한번만 연주됐다. 중국 팬들이 확성기를 들고 국가를 부르는 동안, 홍콩 팬들은 그라운드를 등지고 돌아선 채 야유를 보냈다. 이내 준비한 플래카드를 펼쳤다. 플래카드에는 '광복홍콩 시대혁명'이 적혀 있었다.
경호원들은 홍콩 서포터스가 정치적 내용이 담긴 플래카드를 펼치자 분주해졌다. 여기저기서 실랑이가 이어졌다. 경기 내내 플래카드를 펼치려는 팬들과, 막으려는 경호원들간의 싸움이 이어졌다. 홍콩팬들은 영어로 "We are Hongkong(우리는 홍콩)" 구호를 외쳤다. 열띤 응원으로 선수들을 응원했다.
부산=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