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비판하고 나서면서, 향후 경영권 분쟁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23일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을 통해 '한진그룹의 현 상황에 대한 조현아의 입장'이란 제목의 자료를 내고,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 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故) 조양호 회장이 가족이 협력해 공동으로 한진그룹을 운영해 나가라는 유지를 남겼지만, 동생이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법무법인 원은 입장 자료에서 "한진그룹은 선대 회장의 유훈과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며 "상속인 간의 실질적인 합의나 충분한 논의 없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대규모 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이 지정됐고, 조 전 부사장의 복귀 등에 대해 어떠한 합의도 없었음에도 대외적으로는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공표됐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진그룹 총수 일가는 고 조양호 전 회장의 계열사 지분을 법정 비율(배우자 1.5 대 자녀 1인당 1)대로 나눠 상속을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은 조원태 회장 6.46%, 조현아 전 부사장 6.43%, 조현민 한진칼 전무 6.42%, 이명희 고문 5.27%로 각각 바뀌었다. 사실상 거의 균등하게 상속된 셈이다.
이와 관련 조원태 회장은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가족 간 협력을 안 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든 것"이라면서 "제가 독식하고자 하는 욕심도 없고 형제들끼리 잘 지내자는 뜻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또한 "선친이 작년 크리스마스 무렵 '앞으로 나한테 결재 올리지 말고 네가 알아서 하되 누나·동생·어머니와 협조해서 대화해서 결정해 나가라'고 했다"며 "자기 맡은 분야에 충실하기로 삼남매가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조 전 부사장이 동생의 경영 방식에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갈등이 외부로 드러나게 됐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경영권 배제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연말 정기 임원 인사 명단에서 조 전 부사장의 이름이 빠지면서, 경영 복귀가 지연된 데 대한 불만이 표출됐다는 것.
향후 조 전 부사장이 적극적으로 그룹 경영에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 전 부사장은 입장문에서 "한진그룹의 주주 및 선대 회장님의 상속인으로서 선대 회장님의 유훈에 따라 한진그룹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향후 다양한 주주들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한진그룹 삼 남매간의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5월 한진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에 대기업집단 및 동일인(총수) 지정과 관련한 서류 제출을 늦추다가 공정위 직권 지정일 이틀 전에야 스캔본으로 제출해 '남매 갈등설'이 제기된 바 있다.
한진그룹은 이와 관련 "회사의 경영은 회사법 등 관련 법규와 주주총회, 이사회 등 절차에 의거하여 행사돼야 한다"면서 "경영진과 임직원들은 회사 경영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며, 국민과 주주 및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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