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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연아의 길을 걷는 이해인의 특별했던 201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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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이해인(14·한강중)에게 '2019년'은 특별했다.

이해인은 2019~2020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여자 싱글에서 두 대회 연속 금메달을 땄다. 한국 선수가 주니어 그랑프리 2개 대회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한 건 2005년 김연아(은퇴) 이후 14년 만이자 한국 선수로는 두 번째다. 김연아가 14세였던 2004~2005시즌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금메달을 딴 것처럼 이해인도 만 14세에 시상대의 가장 높은 곳에 섰다.

쇼트(69.29점)와 프리(134.11점), 그리고 총점(203.40점)에서 모두 자신의 개인 최고 점수를 갈아치운 이해인은 김연아(228.56점), 임은수(신현고·205.57점)에 이어 세 번째로 ISU 공인 200점을 돌파한 한국 여자 선수로도 이름을 남겼다.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이해인은 김연아 김예림(수리고)에 이어 3번째로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진출을 확정했다. 이해인은 2019~2020시즌 ISU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5위에 머물렀지만,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의미있는 발자취를 남겼다.

1년 내내 풍성한 성과를 거뒀지만 편안한 연말은 포기한지 오래다. 그랑프리 파이널을 마친 이해인은 15일 2019년 KB금융 전국남녀 회장배 랭킹대회에 출전한데 이어 내년 1월 열리는 제74회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준비에 바쁘다. 23일 한남동에서 만난 이해인은 인터뷰 전 필라테스와 지상 훈련에 한창이었다. 특별한 한해를 보낸 이해인은 "작년보다 실력이나 안무 모두 향상된게 보인다. 그래서 기쁘다. 주니어그랑프리를 통해 파이널에 나간 것도 너무 영광스러웠다. 남은 대회를 잘 마무리해서 주니어세계선수권에도 나갔으면 좋겠다"고 활짝 웃었다.

그랑프리 파이널을 통해 한단계 성장한 이해인이었다. 이해인은 "주변에서 강심장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보이도록 노력한 결과였다. 너무 떨릴때는 다리도 떨리고, 신발끈을 허공에 묶울 때도 있었다. 하지만 큰 무대를 서면서 긴장감을 극복하는 나만의 방법을 찾은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나만의 방법이라 이야기는 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웃었다. 과제도 찾았다. 그는 "스핀을 더 신경써야 할 것 같다. 스피드도 더 올려야 한다. 무엇보다 안아픈게 우선이라는 생각이 더욱 절실해졌다"고 했다. 최근 피겨의 트렌드인 쿼드러플(4회전) 등 고난도 점프에 대해서는 "다음 시즌 준비하면서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해인은 2019년 성과로 '포스트 김연아'로 입지를 확실히 했다. 다른 피겨 키즈처럼 이해인의 우상 역시 김연아다. 이해인은 김연아가 '레미제라블'로 세계선수권 우승을 차지한 2013년, 아이스쇼에서 실제 김연아의 연기를 보고 피겨선수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우상이 걸었던 길을 걷고 있는 이해인은 김연아에게 조언은 물론, 응원도 받고 있다. 김연아와 뗄래야 뗄 수 없는 코카콜라 체육대상을 손에 넣은 것은 그래서 더 특별하다. '9월 MVP' 이해인은 "제 우상이던 연아 언니가 받으셨던 상을 똑같이 받게 되서 정말 기쁘고 영광스럽다"고 웃었다.

화려한 2019년을 보낸 그에게 2020년을 물었다. 이해인 다운 대답이 돌아왔다. "이번 시즌 목표는 있지만, 다음 시즌 목표는 없다. 지금 눈 앞에 있는 대회를 잘 치러내는게 중요하다."

이해인의 머릿 속은 피겨로 가득하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 양 쪽 발등에 피로골절이 왔는데도 참고 경기를 뛴 독종이다. 라이벌들이 먼저 두각을 나타내는 가운데도, 자신의 스케이팅을 완성하는데 집중했다. 생활 역시 피겨에 맞춰져 있다. 아이돌 음악 대신 뮤지컬 넘버를 듣고, 훈련 일지 쓰는 것을 거르지 않는다. 이유는 하나다. "은반 위에서면 여전히 즐거워요." 그는 혼자서 빙판 위에 자유를 느끼고, 재미를 느낀다. 즐기는 자를 이길 수는 없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