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변화라는 결정을 내리긴 쉽다. 하지만 그 결정의 이유는 반드시 필요하다.
롯데 자이언츠가 2020시즌 코치진 구성을 완료했다. 정규시즌 직후 허문회 감독을 선임했던 롯데는 두 달 간의 작업 끝에 최 현(미국명 행크 콩거) 배터리 코치와 계약 <스포츠조선 12월 24일 단독 보도> 하면서 모든 조각을 맞췄다. 허 감독을 비롯해 9명의 코치들이 새 시즌 롯데 1군 선수단을 이끌게 됐다. 래리 서튼 2군 감독, 훌리오 프랑코 잔류군 총괄 코치가 맡을 2군 및 잔류군 코치진 구성 및 투수 코디네이터 영입도 완료됐다.
지난 두 시즌간 롯데의 고질병이었던 안방 불안 해소에 대한 기대가 가장 크다. 최 코치가 현역 시절 빅리그에서 쌓은 다년간의 경험이 롯데 포수들의 잠재력을 끌어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빅리그 최고의 프레이밍 실력을 어떻게 심어줄 지도 관심사다. 일각에선 최 코치의 나이를 지적하지만, 오히려 롯데의 어린 포수들과 소통에는 더 낫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타격 파트에선 키움 히어로즈 시절 서건창, 김하성을 키워낸 허 감독과 트리플A에서 활약한 라이언 롱 코치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소통에 중심을 두는 허 감독과 빅리그로 갈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보완하는 데 중점을 뒀던 롱 코치의 협업이 그동안 정체됐던 롯데 타자들의 힘을 끌어낼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투수 파트를 맡는 노병오-조웅천 코치도 데이터와 경험에 기반한 육성에 방향을 맞추고 있다.
백어진, 윤윤덕 코치가 각각 맡는 런프로덕션, 런프리벤션 파트도 주목해 볼 만하다. 상대 데이터 분석에 기반해 타자의 투수 공략법(런프로덕션), 투수의 타자 대처법(런프리벤션)을 지도하는 자리다. 단순한 기량 향상을 넘어 실전 만으로 쌓을 수 없는 경험을 쉽게 정리해주는 파트라는 점에서 육성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는 그동안 '중장기 육성을 통한 상위권 진입'이라는 청사진을 그렸다. 그러나 젊은 선수들을 지속적으로 실전에 투입할 뿐, 확실한 로드맵을 그리진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1군 코치진 뿐만 아니라 외국인 지도자들이 맡는 2군, 잔류군, 투수 코디네이터 파트를 통해 확실한 연계와 더불어 '재교육을 통한 육성과 활용'이라는 명확한 지향점을 설계했다. 당장의 성적보다는 2~3년 이후의 성과는 확실히 만들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롯데를 향한 시선은 여전히 반반으로 갈린다. 변화를 외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고, 결말은 언제나 실망스러웠기 때문이다. 의욕적으로 추진한 이번 개혁에 높은 평가를 내리면서도, 지속 가능성엔 여전히 낮은 점수를 매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의지를 실천에 옮긴 롯데에게 남은 일은 이제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는 것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