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농구 삼성생명은 시즌 초반 충격의 7연패를 당했다.
주전 선수 김한별과 박하나가 부상 재활 과정에서 제대로 전력에 보탬이 못된 것도 있지만, 외국인 선수 카이저가 불의의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탓도 컸다. 별다른 대체 선수를 구하지 못해 국내 선수들로만 경기에 나섰지만, 잘 싸우다가 결국 승부처에서 체력 부족으로 인해 무너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다만 그러는 사이 국내 선수들끼리 손발을 맞추며 경기력을 끌어올린 것은 그나마 얻은 소득이었다. 지난 19일 신한은행전도 국내 선수들로만 나섰지만 76대70으로 승리하며 지긋했던 7연패를 탈출했던 것도 이 덕분이다. 신한은행에서 대체 선수로 뛰던 비키바흐가 20일에서야 합류, 하루만인 21일 우리은행전에 뛰었지만 아무래도 손발을 맞출 시간이 없다보니 제대로 된 플레이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크리스마스인 25일, 한달 가까이만에 외국인 선수 라인업까지 제대로 갖춰진 삼성생명은 용인실내체육관에서 4승9패로 공동 5위를 달리고 있는 BNK썸과 만났다. 이날 승패에 따라 BNK는 창단 이후 처음으로 탈꼴찌를 할 수 있지만, 반대로 삼성생명은 시즌 첫 단독 최하위로 떨어질 수 있기에 나름 중요한 경기였다. 게다가 카이저가 하필 지난달 29일 BNK전에서 인대 파열 부상을 당해 이후 나오지 못했던 것을 감안하면 삼성생명으로선 설욕전인 셈이다.
국내 선수 구성에 있어서는 삼성생명이 짜임새나 구력으로 봤을 때 한 수 위인 것은 분명하지만, 결국 관건은 외국인 선수 대결이었다. 4일 정도밖에 손발을 못 맞춘 비키바흐가 상대해야 하는 선수는 현재 국내에 뛰고 있는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OK저축은행 시절이던 지난해에 이어 BNK에서 연속으로 2년간 뛰면서 어린 선수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단타스였다.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이 경기 전 "비키바흐가 단타스를 상대로 수비와 리바운드에서 어느 정도 근접하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고, 유영주 BNK 감독은 "외국인 선수 없이 경기력을 끌어올린 삼성생명 국내 선수들을 상대로 얼만큼 우리의 젊은 선수들이 상대해주냐가 승부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양상도 역시 예상대로 흘러갔다. 1쿼터에서 단타스는 자신에게 수비가 집중됐지만 필드골 3개와 자유투 6개를 성공시키며 12득점을 올렸고, BNK는 19-15로 앞서갈 수 있었다. 반면 국내 선수들로만 나선 2쿼터에선 골밑을 지배하며 10득점-7리바운드를 잡아낸 김한별을 앞세워 삼성생명이 22득점을 집중시키며 37-32로 경기를 뒤집었다. 3쿼터가 시작되자 다시 투입된 단타스는 3점포 1개를 포함해 5개의 2점슛을 모두 성공시키는 괴력으로 14득점을 몰아넣은 덕에 BNK는 54-52로 또 다시 경기를 뒤집었다.
결국 승부처인 4쿼터에서도 단타스의 득점포는 식지 않았다. 3쿼터까지 26득점을 올린 단타스는 종료 7분27초를 남기고 이날 자신의 2번째 3점포를 성공시켰다. 이어 단타스에 수비가 집중되자 노현지와 진 안, 안혜지 등 동료 선수들이 잇달아 골밑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며 리드를 이어갔다. 단타스는 이후 2개의 2점포를 포함해 33득점, 지난 10월 19일 KEB하나전에서 기록한 32득점을 뛰어넘어 자신의 경기당 최다 득점을 경신하며 WKBL 최고의 외국인 선수임을 스스로 입증했다. BNK는 76대68로 승리, 3연승을 기록하며 단독 5위로 올라섰다.
용인=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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