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FA 류현진과 계약하자 토론토 지역 팬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환영 일색이다. 숨죽이고 있던 토론토 구단이 드디어 성적을 위해 돈을 쓰기 시작했다고 보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류현진이 받는 총액 8000만달러는 이번 겨울 계약한 FA 선발투수 가운데 5번째로 많은 금액으로 에이스 역할을 해줄 것이란 기대가 담겨 있다.
뉴욕 양키스(게릿 콜), 워싱턴 내셔널스(스티븐 스트라스버그), 필라델피아 필리스(잭 휠러),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매디슨 범가너), 시카고 화이트삭스(댈러스 카이클) 등도 거액을 들여 1선발을 데려왔지만, 팀내 비중으로 치자면 '토론토의 류현진'이 가장 돋보인다.
토론토는 올해 67승95패(0.414)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4위에 그치며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했다. 1995년(0.389) 이후 가장 낮은 승률을 올린 토론토는 여전히 리빌딩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타선은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다. 블리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랜달 그리척,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캐반 비지오, 보 비 등은 내년에도 성장가도를 밟을 타자들이다.
하지만 마운드, 특히 선발진 경쟁력은 약하다. 이 때문에 토론토는 지난달 FA 태너 로어크(33)와 2년 2400만달러에 계약했고,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체이스 앤더슨(32)을 영입했다. 그리고 23일 류현진을 4년 8000만달러의 거액을 주고 '모셔'왔다. 기존 트렌트 쏜튼(26)까지 1~4선발은 완성한 셈이다. 이들 4명은 올해 합계 38승, 641⅓이닝,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했다.
로테이션을 업그레이드했다는 건 토론토가 내년부터 리빌딩의 결실을 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포스트시즌에 오를 만한 전력으로 보기는 어렵다.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 탬파베이 레이스를 상대로 동부지구에서 승률 5할을 맞춘다는 자체도 기적에 가깝다. 토론토는 향후 몇 년 동안 우승은 커녕 포스트시즌 진출도 버겁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토론토 팬사이트인 제이스 저널은 26일 '토론토는 내년에도 플레이오프 경쟁을 할 생각이 크지 않기 때문에 이번 오프시즌서 중요한 일들은 사실상 완료됐다'면서 '류현진을 영입한 것도 내년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리빌딩 팀이 강팀으로 바뀌는 출발점이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토론토는 보스턴이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은 데이빗 프라이스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리빌딩 팀이 그에 걸맞은 유망주를 내주기는 쉽지 않다.
류현진이 토론토를 택한 것은 오퍼를 한 구단 가운데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LA 타임스에 따르면 다저스도 류현진에 계약기간 4년을 제안했지만, 연봉은 토론토가 제시한 수준보다 훨씬 낮았다. 류현진의 예상 행선지에 포함됐던 LA 에이절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도 '관심 정도'였지 적극적인 콜은 보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류현진은 2006년 프로 입성 이후 우승 경험이 없다. 한화 이글스에서 7년간 뛰면서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한 차례 했고, 2013년 다저스로 옮긴 뒤로는 4번 포스트시즌에 올라 2018년 월드시리즈 준우승 자리까지 올라가 봤다. 토론토 역시 우승과는 거리가 있는 팀이다. 그러나 앞으로 류현진을 앞세워 리빌딩의 성과를 내보겠다는 의지는 분명해 보인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