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닷컴 한만성 기자] 류현진(32) 영입에 성공한 마크 샤파이로 토론토 블루제이스 사장은 공식 입단식에 참석해 "그를 영입한 결정이 우리가 지속 가능한 우승후보가 되는 데 필요한 계획의 다음 발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블루제이스의 2019 시즌 페이롤(선수단 연봉 총액)은 7122만 달러(약 823억 원)로 메이저리그 30개 팀 중 28번째로 낮았다. 마이애미 말린스, 탬파베이 레이스를 제외하면 블루제이스의 페이롤이 가장 낮았다. 이를 대변하듯 블루제이스는 2019 시즌 67승 95패로 플레이오프 진출권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그러나 류현진과 4년 8000만 달러 계약을 체결한 샤파이로 사장은 '우승'을 꿈꾸고 있다. 이를 두고 떠오르는 건 지난 2015년 에이스 존 레스터를 영입한 시카고 컵스다. 컵스의 2014 시즌 페이롤은 8268만 달러로 당시 30개 구단 중 19번째로 낮았다. 컵스의 2014 시즌 성적 또한 73승 89패로 내셔널리그 중부 최하위.
이후 대대적인 리빌딩을 선언한 컵스는 조 매든 감독을 선임한 데 이어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우승을 두 차례 경험한 올스타 선발투수 레스터와 6년 1억55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이는 과감한 투자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어 컵스는 트레이드를 통해 외야수 덱스터 파울러를 영입했다.
이에 따라 컵스의 2015 시즌 페이롤은 1억1626만 달러로 메이저리그 10위로 올라섰다. 레스터, 파울러 등을 영입하며 공격적인 투자를 등에 업은 컵스는 2015 시즌 97승 65패를 기록하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고,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까지 진출하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상승세를 탄 컵스는 2016 시즌을 앞두고는 선발투수 존 래키, 외야수 벤 조브리스트, 제이슨 헤이워드를 영입했다. 이어 컵스는 시즌 도중 트레이드를 통해 마이크 몽고메리, 아롤디스 채프먼을 영입해 불펜을 강화해 팀 완성도를 한층 더 높였다.
레스터 영입과 시작된 컵스의 과감한 투자는 결국 2016년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베테랑 선발 레스터와 래키는 든든한 선발 자원으로 컵스를 이끌었고, 몽고메리와 채프먼이 불펜을 지켰다. 파울러는 2016 시즌 올스타, 헤이워드는 골드글러브, 조브리스트는 월드시리즈 MVP를 수상하며 컵스의 우승에 일조했다.
컵스의 성공적인 리빌딩은 레스터 영입과 함께 시작됐다. 레스터가 컵스와 초대형 계약을 맺은 당시 나이는 31세였다. 당시 그는 현재 만 32세의 나이에 블루제이스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류현진과 상황이 비슷했다. 블루제이스 또한 류현진 영입과 함께 대대적인 리빌딩을 바탕으로 우승 후보로 발돋움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심지어 레스터는 좌완이라는 점과 레퍼토리도 류현진과 일정 부분 비슷한 면이 있다. 그 또한 류현진처럼 삼진보다는 컨택을 유도해 상대 타선을 틀어막는 유형의 투수다. 메이저리그 커리어 통산 9이닝당 평균 탈삼진 횟수를 봐도 류현진은 8.08개, 레스터는 8.35개로 낮은 편에 속한다.
포심 직구, 커터, 커브, 체인지업으로 이어지는 네 가지 구종의 레퍼토리도 류현진과 레스터의 닮은점이다. 류현진은 커터나 커브보다는 체인지업을 더 주로 활용하지만, 레스터는 커터 비율이 커브나 체인지업보다 더 높다는 게 미세한 차이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