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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고서 발견한 '치어리딩' 진로... 학교스포츠클럽'일렉'의 좋은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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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후 서울 잠실학생실내체육관에서 펼쳐진 제12회 전국학교스포츠클럽 치어리딩대회, 전국의 내로라하는 초중고 치어리딩 팀들이 총출동했다. 탄탄한 체격의 남학생들이 아찔한 인간 피라미드를 쌓아올리는가 싶더니, 머리에 사랑스러운 리본을 맨 소녀들이 선물처럼 해사한 미소를 띤 채 날아올랐다.

이선화 대한치어리딩협회 회장은 치어리딩 종목의 가치를 역설했다. "치어리딩은 120년전 미국에서 풋볼팀 응원을 위해 만들어진 대학스포츠클럽이 시초다. '힘내라!' '우리는 하나!'라는 응원에서 시작한 종목"이라면서 "이런 교육적 가치 덕분에, 2016년 IOC에서 올림픽 잠정종목으로 선정됐고, 여성의 사회성 및 리더십 함양을 위한 차세대 종목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교육계 체육계 행정가들도 치어리딩 학교스포츠클럽의 축제에 주목했다. 조용훈 서울시교육청 체육건강문화예술과장은 "학교스포츠클럽은 미래의 주역이 될 우리 학생들에게 건강한 학교생활의 밑거름이 된다"면서 "4차산업 혁명 시대에 필요한 인성, 덕성, 문제해결능력, 리더십을 고루 기를 수 있는 최고의 교육"이라고 했다. 김승호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은 "전국스포츠클럽 대회를 통해 더 많은 학생들이 더 많이 스포츠에 참여하는 계기가 되길, 스포츠를 통해 건강하고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튼실한 씨앗이 되기를" 소망했다.

▶공고에서 발견한 치어리딩 진로

고등부 팀치어 부문에 6년 연속 서울대표로 출전한 광운전자공고 '일렉(ELEC)'은 국내 최초의 스턴트 치어리딩팀, 서울 유일의 '올보이'팀이었다. 전자과목이 전공인 이기준 교사 겸 코치가 12년 전 열정으로 시작한 팀이 오늘에 이르렀다. 남성미 넘치는 파워풀한 루틴과 아찔한 퍼포먼스에 후배 소녀 팬들이 "꺅!" 비명을 질렀다.

경기 후 건장한 '베이스'들이 인터뷰에 응했다. 축구, 농구 등 또래들이 주로 하는 구기종목 대신 여학생들이 다수인 치어리딩에 도전한 이유가 궁금했다. "체력과 근력을 키울 수 있다" "친구들과 합을 맞출 때 짜릿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일주일에 2번, 하루 3시간씩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훈련에 매진했다. 치어리딩은 인생 진로도 바꿔놓았다. 이기준 교사는 "3년간 운동을 하다보면, 특기, 적성을 발견하게 된다. 체대 진학, 지도자 등 진로로 이어진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고3 신강민군(18)은 "학교스포츠클럽 실적으로 레저스포츠학과에 도전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대학에 가서 치어리딩 팀을 만들고 동아리 강사를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고3 단장 김연수군(18) 역시 "나도 강민이와 같이 대학에 진학, 치어리딩 강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치어리딩은 내 자신을 바꿔준 선물"이라고 단언했다. "강한 몸, 강인한 정신력을 만들어줬고, 친구들과의 팀워크를 배우게 해줬다"고 설명했다.

치어리딩은 베이스, 백스팟, 플라이어 등 각자의 역할이 있다. 팀을 단단하게 받치는 '베이스'들은 화려하게 날아오르는 '플라이어'를 부러워하지 않았다. 1학년 한희민군(16)은 "물론 플라이어를 해보고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뛰어난 베이스가 있어야 좋은 플라이어도 있다. 베이스가 좋다"고 했다. '베이스'로서의 자부심이 확고했다. 3학년 심승욱군(18)은 "베이스는 건장하고 운동 잘하고 믿음직한 이미지, 베이스만의 매력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서울시 대회 6년 연속 우승, 전국 최고의 스턴트 팀으로서 메달색을 가리지 않는 '전국학교스포츠클럽대회' 정책이 섭섭하진 않을까. "전혀 섭섭하지 않다. 우리는 우리가 한 것에 스스로 만족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잠실=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