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56)은 경기 전날 선수들과 커피 타임을 갖는다. 이 자리에서 배구 얘기는 하지 않는다. 선수들도 선수이기 이전에 한 가정의 가장이자 남편이고, 사생활을 가진 인격체이기에 배구선수라는 직업 외적인 부분에서 심리적 편안함을 주려고 노력한다. 스포츠심리학 박사 출신 다운 접근법이다.
마음의 안정과 프로의식이 고취된 토종 선수들이 올 시즌 우리카드의 1위를 이끌고 있다. 지난 시즌 창단 첫 봄 배구를 맛본 우리카드는 21일 현재 16승6패(승점 44)를 기록, 2019~2020시즌 V리그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2위 대한항공(승점 39)에 승점 5점차로 앞서있다.
우리카드의 1위 원동력 중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건 '과함한 틀 변화'다. 신 감독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다. 운영비가 넉넉하지 않은 구단 사정을 이해하고 저비용 고효율을 올릴 수 있는 주전멤버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했다. 지난 시즌에는 주전을 전원 교체한데 이어 올 시즌에도 은퇴 기로에 서 있던 센터 최석기를 품었고, KB손해보험과 3대3 트레이드를 통해 부족한 전력을 메웠다. 제대로 적중하고 있다. 최석기와 이수황은 속공 부문에서 각각 2위(공격성공률 64.04%)와 4위(61.46%)에 랭크돼 있다.
무엇보다 신 감독의 맞춤형 지도를 통해 토종 선수들이 급격하게 성장한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공을 정점에서 때려라"는 원포인트 지도를 받은 나경복은 19경기에서 325득점으로 총득점 부문 5위에 마크하고 있다. '신인왕' 레프트 황경민도 22경기에서 268득점을 올리며 톱 10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두 선수는 공격성공률 면에서도 각각 7위(52.15%)와 9위(50.68%)를 기록 중이다.
이렇다 보니 세터 노재욱도 편해졌다. 토스를 해줄 루트가 많아졌다. 서브 리시브가 안정되다 보니 속공 횟수도 늘어나고 다양한 공격패턴으로 상대 블로커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외국인 공격수 펠리페에만 의존하지 않는 토스운영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2017년 3라운드 1순위로 우리카드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리베로 이상욱도 디그 1위(세트당 평균 3.117개)를 달리고 있다.
범실을 줄인 건 신 감독이 가장 고무적으로 여기는 부분이다. 신 감독은 "범실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훈련밖에 없다. 좋은 리듬을 찾고, 그 리듬을 유지할 수 있게 습관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전과 백업의 격차를 줄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떤 선수가 들어가도 경기력이 유지된다"고 덧붙였다.
선수 한 명으로 선수단에 긴장감을 불어넣은 기술도 신 감독만의 노하우다. 신 감독은 "펠리페가 부상도 있었지만 다 나은 것 같은데 훈련에서 꾀를 부리길래 경기장을 데리고 가지 않은 적이 있었다. 펠리페의 상황을 통해 국내 선수들도 긴장한 면이 없지 않았다. 선수 한 명을 통해 정확한 나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던 좋은 계기였다"며 회상했다.
우리카드의 상승세 비결 중 다른 한 가지는 전력분석관 출신 김재헌 수석코치(42)다. 전력분석관 1세대인 김 수석코치는 신치용 감독 시절 삼성화재의 7시즌 연속 우승을 음지에서 견인했던 인물이다. 3년 전부터 우리카드에서 전력분석관으로 일하다 신 감독에게 능력을 인정받아 수석코치가 됐다. 변우덕 우리카드 사무국장은 "김 수석코치의 도움으로 전략이 한층 향상됐다. 특히 김 수석코치가 감독님과 사무국의 가교역할을 잘해준다. 소통이 잘 되다보니 현장과 사무국간 충돌이 없다"고 귀띔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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