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태국)=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부담감, 속으로 삼켰다."
원했던 목표를 이루고 나니, 숨겨왔던 속마음이 터져나왔다. 강하게 보였지만, 속은 그게 아니었다.
김학범호가 9회 연속 올림픽 진출의 대업을 달성했다. 김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3 축구 대표팀은 22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호주와의 AFC U-23 챔피언십 4강전에서 2대0으로 완승을 거두며 결승에 진출했다. 우승 도전을 앞두고, 2020 도쿄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1차 목표를 이뤄냈다.
한국은 8회 연속 올림픽 진출이라는 세계 기록 보유국이다. 9회 연속은 새 기록. 어떤 감독도 자신이 맡은 팀에서 기록이 끊어지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김 감독은 이 막중한 부담감을 갖고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김 감독은 대회 내내 "어떻게 되겠지"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하지만 그 뒤로는 치밀하게 상대를 연구하고, 한국 선수들의 특성을 분석해 맞춤형 전술과 라인업을 만드느라 애썼다. 매 경기 바뀌는 파격 라인업에 대회 초반에는 의문 부호가 붙었지만 뚝심으로 밀어부쳤고, 결국 5연승 올림픽 진출이라는 성과를 일궈냈다.
김 감독은 호주전이 끝나자 "사실 올림픽 진출이 달려있어 부담감이 상당한 4강전이었다.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었을 것이다"라고 말하며 "4강전에서 져도 3, 4위전이 있으니 두 번의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4강에서 꼭 이기고 싶었다. 경기 전 부담감이 상당했다. 내색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속으로 삼켰다. 선수들을 믿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축구 감독으로 산전수전 다 겪은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우승도 많이 해봤다. 하지만 매 경기가 힘들다. 어떠한 경기도 소홀히 준비할 수 없다. 경기를 앞두면 긴장감에 피가 마른다. 하지만 그런걸 이겨내며 승리하면 지도자로서 보람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천성이 승부사다. 2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꽃을 하나 피웠다. 이제 올여름 도쿄에서 더 큰 결실을 맺을 차례가 다가오고 있다.
방콕(태국)=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