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태국)=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숨은 MVP는 원두재.
축구팬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이름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2020 AFC U-23 챔피언십을 통해 확실히 원두재라는 이름이 각인됐을 것으로 본다.
한국 U-23 축구 대표팀이 9회 연속 올림픽 진출의 대업을 달성했다. 한국은 조별리그 세 경기, 그리고 8강 요르단전과 4강 호주전까지 파죽의 5연승을 달리며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3위에게까지 주어지는 2020 도쿄 올림픽 본선 출전 티켓을 따냈다.
이번 대회는 김학범 감독의 용병술이 화제였다. 매 경기 선발 라인업을 큰 폭으로 바꿔 선수들의 체력을 관리하고, 경쟁을 도모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도 늘 중심을 묵묵히 지키는 선수가 있었다. 원두재(울산)였다.
원두재는 첫 경기 중국전을 제외하고 나머지 네 경기에 풀타팀을 뛰었다. 이렇게 많은 출전 시간을 소화한 선수는 골키퍼 송범근(전북) 외 원두재 뿐이다. 김 감독이 얼마나 신뢰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 또 선수도 체력적으로 지치지 않는 준비를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원두재는 이번 대회 수비형 미드필더로서의 진수를 보여줬다. 포백 라인을 보호하며 앞선에서 일차 수비 역할을 다해냈고, 전방으로 한 번에 찔러주는 패스도 일품이었다. 기성용(뉴캐슬)의 전성기 플레이를 비슷하게 보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해줬다. 눈에 띄지 않는 듯 하면서도 모든 플레이의 중심에 그가 있었다. 올림픽 진출 과정의 숨은 MVP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원두재는 2017년 일본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이름과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선수. 하지만 이번 시즌부터는 울산의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된다. 국내 팬들에게 제대로 신고식을 한 셈이다.
원두재는 "올림픽 진출이 기쁘지만, 우승이라는 목표가 남아있다. 우승 후에 기뻐하고 싶다"고 말하며 "감독님께서 포백 라인을 보호하라는 주문을 하셨다. 그 역할을 신경썼다. 미드필더들에게 패스를 빨리 뿌려주라고 지시하셨는데, 그걸 잘 따르니 경기력이 잘 나온 것 같다"고 밝혔다.
원두재는 이어 "모든 선수들이 빛날 수 있는 법은 아니다. 묵묵히 내 역할을 할 뿐이다. 주목을 받는다고 해서 좋은 것도 없다. 팀이 이기면 좋다"고 성숙하게 말했다.
방콕(태국)=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