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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인생 2막' 연 심수창 "야구 선수여서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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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선수민 기자] "야구 선수여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심수창(39)이 '야구 선수'가 아닌 '해설위원'으로 새 출발한다.

2004년 LG 트윈스에서 데뷔한 투수 심수창은 2019시즌을 끝으로 16년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통산 390경기에 등판해 42승68패, 24홀드, 14세이브, 평균자책점 5.37. 넥센 히어로즈-롯데 자이언츠-한화 이글스 등 여러 팀을 거쳐 다시 LG에서 은퇴했다. 심수창은 "야구를 정말 좋아하는데, 직업이 야구 선수였던 게 너무 행복했다"고 말했다.

세미 정장 차림의 심수창은 낯선 겨울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16년 동안 겨울을 한국에서 보낸 적이 없었다. 겨울 내내 한국에 있으니 신기하기도 하고, 생각보다 안 춥다는 걸 느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운동하는 게 습관이었는데, 지금은 늦잠도 자고 있다. 마흔 살에 사회 초년생이 됐다"고 했다. 은퇴에도 심수창은 덤덤했다. 그는 "아쉬움은 누구나 있지만, 2000승을 한 투수도 은퇴하는 시기는 온다. 세상의 이치다. 은퇴 결심이 아쉽지는 않다"고 밝혔다.

야구 선수로서 잊을 수 없는 장면들도 많았다. 심수창은 "관중이 꽉 찬 5월 5일 경기, 그리고 한화 이글스에서 무사 만루 위기를 막았던 삼성 라이온즈전 등, 마운드에 있었던 모든 순간이 행복했다. 그라운드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것만으로 행복했다. 나는 항상 등판할 때 '잘 던지게 해주세요'보다는 '많은 관중들 앞에 설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어쨌든 돌고 돌아 친정팀 LG에서 은퇴한 것도 행운이었다. 심수창은 "여러 팀을 돌아다녔지만, 고향이 서울이고 정이 가장 많이 든 곳이 LG였다. 다시 친정팀에 복귀해서 은퇴한 것도 행복한 일이다. 스토브리그에서도 강두기와 임동규가 친정팀에 돌아오지 않나. 그것 하나만으로 좋은 추억이 됐다"고 했다.

은퇴식이나 다른 미련은 없다. 심수창은 "게임을 좋아한다고 다 프로게이머가 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그저 야구를 좋아해서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안 좋아하는 분야에서 일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야구를 좋아하는데, 직업까지 야구 선수였던 게 너무 행복했다. 또 그만두고도 야구 쪽으로 일하게 된 것이 큰 행운이고 감사하다"고 밝혔다.

해설위원 심수창의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될까. 그는 "야구 쪽이라면 지도자든 뭐든 하고 싶다. 내가 원한다고 무조건 되는 것도 아니다. 계획대로 다 되는 건 없다. 나도 항상 계획을 세우고 마운드에 올라가도 많이 맞았다. 좋아하는 걸 열정적으로 하다 보면 뭐든 되지 않을까 싶다. 순리대로 살아가면 될 것 같다. 야구도 1~2회를 잘 던지면 6~7회로 가듯이, 인생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큰 목표는 야구 쪽에 종사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동료, 그리고 후배들에게 조언도 잊지 않았다. 심수창은 "항상 팬이 최고였다. 야구장에 팬이 없으면, 야구 선수도 의미가 없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팬들이 사인을 해달라고 하면, 정말 다 해줬다. 자기만의 철학이 있으니 다른 선수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그래도 웬만하면 팬들에게 잘해주고 사인도 해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팬들이 내가 못했을 때도 응원해줄 수 있다. 또 가장 중요한 건 인성이라고 말하고 싶다. 야구도 잘하고 인성도 좋아야 주변에서 인정해준다. 야구를 잘한다고 아무리 잘난 척 해도 주변에서 인정해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