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초비상 걸린 대구, K리그 개막전 정상 개최 가능할까.
대구 지역이 코로나19 공포에 휩싸이게 됐다. 19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46명으로 대폭 늘었다. 신규 환자가 15명 발생했는데, 그 중 13명이 대구-경북 지역에서 나왔다. 31번째 여성 환자와 관련된 11명이 한꺼번에 확진자로 판정됐다. 대구에 슈퍼 전파자가 나타난 것이다.
대구 지역 사회는 패닉이다. 확진자들이 다녀간 대학병원 응급실이 줄줄이 폐쇄되고 있고, 대구시는 코로나 대응 비상 체제에 들어갔다. 일각에서는 대구가 봉쇄될 것이라는 괴소문까지 돌며 정부가 이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대구FC의 K리그1 개막전 날짜가 다가오고 있다. 대구는 29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강원FC와 2020 시즌 개막전을 치른다.
지난해 새 홈구장 개장과 함께 리그 최고 인기구단으로 도약한 대구는 설레는 마음으로 이번 개막전을 준비중이었다. 하지만 한순간 터진 코로나19 사태에 초비상이 걸렸다. 축구 경기도 중요하지만, 대구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구는 시민 구단이다. 대구시의 입장이 강하게 반영될 수밖에 없다. 대구시는 현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내달 8일 개최 예정이던 방탄소년단(BTS) 출연 콘서트 진행도 올스톱 시켰다. 사실상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가운데 약 1주일밖에 남지 않은 축구 경기를 개최한다는 건 무리수라고 여기는 분위기다. 잠복기 등을 감안하면, 확진자가 수일 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1만명 이상의 관중이 들어찬다고 가정할 때, 만약 감염자가 있으면 그 전파는 걷잡을 수 없다. 마스크 착용, 손 소독, 의심 환자 격리 등 기본 조치를 철저하게 시행한다 하더라도 위험이 도사린다.
원정팀의 동의가 있으면 홈팀은 프로축구연맹에 경기 연기 등을 요청할 수 있다. 최종 결정은 연맹이 내린다. 연맹도 노심초사 하고 있다. 다른 경기라면 결정이 쉬울 수 있겠지만, 이번 경기는 시즌 개막전이다. 이미 편성돼있는 방송 중계, 흥행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팬들의 안전을 볼모로 경기를 강행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일단 대구 구단은 대구시와 구단의 입장, 현 상황 등을 정리해 연맹에 공문으로 발송할 예정이다. 확실한 방침이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분위기는 긍정적이지 않다. 연맹 관계자는 "심각하게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역대 프로축구 개막전이 연기된 사례는 거의 없었다. 1998년 7월18일 현대컵 K리그 개막전이던 전남-대전전이 우천으로 연기됐다. 2005년 3월6일 하우젠컵 K리그 개막전 포항-인천전이 폭설로 연기된 적이 있었다. 비교적 날씨 제약을 받지 않는 종목 특성상, 역대 이 두 사례밖에 없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