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아니면 안된다. 후배들에게 올림픽 티켓을 못따면 은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달 초 제주도에서 펼쳐진 2020년 도쿄올림픽 최종예선에서 A매치 58호골 최다 타이기록을 수립한 '여자축구 간판스타' 지소연(29·첼시 위민스)은 올림픽 무대의 절실함을 이렇게 표현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 여자월드컵 우승, 20세 이하 월드컵 3위, 캐나다월드컵 16강, 월드컵 2회 연속 본선행, 아시안게임 3연속 동메달, 대한민국 축구 역사를 쓴 '황금세대'가 유일하게 밟아보지 못한 무대가 바로 올림픽이다.
2020년 도쿄올림픽, 천재일우의 기회가 찾아왔다. 대한축구협회가 올림픽 최종예선을 유치했다. 제주에서 열린 최종예선 A조 리그전에 '강호' 북한이 불참을 선언했다. 한국은 안방에서 베트남, 미얀마 등 상대적 약체들을 가볍게 꺾고 조1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플레이오프 한국의 상대는 B조 2위 중국이다. B조 1위 호주는 A조 2위 베트남과 맞붙는다.
플레이오프 진출 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국적으로 창궐했다. 유치지 고민이 컸지만 지난해 4월 6일 아이슬란드전, 여자축구 역대 A매치 최다 관중(1만5839명)을 기록한 용인시에서 전격 유치를 결정했다. 중국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은 내달 6일 용인시민체육공원 주경기장에서 펼쳐진다. 2차전 원정경기는 11일 펼쳐질 예정. 아직 장소는 미정이다.
중국 우한이 진원지인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좀처럼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중국 원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제3국 개최를 조율중인 가운데 19일 차이나데일리는 중국대표팀이 홈경기로 호주 시드니 개최를 제안했고 AFC가 이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제3국에서 열리는 만큼 관중이나 분위기 면에서 중국 현지보다 훨씬 유리한 상황이다.
한국 여자축구는 중국과의 역대전적에서 4승6무27패로 열세지만 지난해 말 동아시안컵에선 0대0으로 비겼다. 특히 중국의 경우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전력에 직격탄을 맞았다. 우한 출신 플레이메이커 왕슈앙 등 일부 에이스들이 우한에 격리돼 호주 최종예선에도 나서지 못했다. 베테랑 장루이와 구야샤 등을 추가선발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이 또한 불발됐다. 중국 대표팀은 호주 브리즈번 현지에서도 호텔에 격리돼 복도에서 스트레칭 훈련에 그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호주 시드니로 이동했다.
한국에겐 기회임에 틀림없다. 콜린 벨 감독의 특별요청에 따라 2주 가까운 훈련 기간을 확보했다. 22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 25명의 국내파 선수들이 소집돼 다시 발을 맞춘다. 윤영글(경주한수원), 여민지(수원도시공사), 김혜리, 이영주, 이소담(이상 인천현대제철) 등 핵심 선수들과 부상에서 회복한 손화연(창녕WFC)과 정설빈(인천현대제철), 추효주(울산과학대) 강지우, 박혜정, 조미진(이상 고려대) 등 어린 에이스들이 총출동한다. '유럽파' 지소연, 조소현(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장슬기(마드리드CFF)는 소속팀 경기를 소화한 후 내달 초 합류할 에정이다. .
벨 감독은 "올림픽 본선 진출의 마지막 고비인 중국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최선의 준비를 다할 것"이라면서 "소집기간 동안 선수들을 마지막으로 점검하고, 적극적인 경기 운영을 위한 조직력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 2020 도쿄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 최종예선 플레이오프 대비 소집훈련 명단(25명)
▶골키퍼 = 윤영글(경주한수원), 강가애(세종스포츠토토), 전하늘(수원도시공사)
▶수비수 = 김혜영, 박세라(이상 경주한수원), 김혜리, 심서연, 임선주(이상 인천현대제철), 홍혜지(창녕WFC)
▶미드필더 = 이영주, 이소담(이상 인천현대제철), 박예은(경주한수원), 장창(서울시청), 박혜정, 조미진(이상 고려대), 김수진(위덕대)
▶공격수 = 최유리, 김상은(이상 세종스포츠토토), 추효주(울산과학대), 여민지, 문미라(이상 수원도시공사), 강채림, 정설빈(이상 인천현대제철), 강지우(고려대), 손화연(창녕WF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