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더이상 '빅 베이비'가 아니다. 한화 이글스 김민우가 달라졌다.
김민우는 2020시즌 개막을 준비하는 한화의 유력한 선발 후보다. 스프링캠프에 이어 귀국 이후 청백전에서도 꾸준히 선발 테스트를 받고 있다. LA 다저스와의 연습경기에서 3이닝 동안 삼진 5개를 잡아내며 달라진 구위를 뽐냈고, 두 차례의 청백전에서도 8이닝 동안 6피안타 2실점으로 쾌투했다.
지난해에 비해 눈에 띄게 살이 빠졌다. 투구 사이의 간격도 짧아졌다. 무엇보다 직구의 묵직함을 되찾았다. 김민우 스스로 "공에 힘이 붙은 걸 느낀다.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할 정도다.
청백전 해설위원으로 나선 한화의 이동걸 전력분석원은 그 비결로 김민우의 길어진 익스텐션(투구판부터 공이 던져지는 순간까지의 거리)를 꼽았다. 김민우는 올시즌 정민태 투수코치의 집중 지도 속에 투구폼을 교정, 자신의 키(1m91)보다 더 긴 익스텐션을 선보였다. 살을 빼면서 몸이 한결 유연해졌고, 왼발을 2m 앞까지 내딛으며 던질 수 있게 됐다. 덕분에 구위나 볼끝이 한층 좋아졌다는 설명이다.
투수가 선 마운드와 타격이 이뤄지는 홈플레이트의 거리는 18.44m다. 이론상 공을 놓는 지점을 앞쪽으로 당기면, 그 속도와 위력을 좀더 보존할 수 있다. 타자가 공을 보는 시간도 그만큼 줄어든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투수의 투구폼은 전력을 다해 한 걸음을 내딛는 과정이다. 그 보폭이 길어질수록 밸런스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투수의 제구력은 일정하게 유지되는 폼에서 나온다. KBO리그 투수들의 평균 스트라이드는 1m80 정도다. 김민우는 이보다 20㎝ 더 길다.
새로운 투구폼이 올시즌 위력을 발휘한다면, 김민우에겐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 김민우는 2015년 입단 당시 150㎞ 강속구로 주목받으며 신인 2차 지명 1순위를 차지한 거물급 유망주였다. 하지만 한화 입단 후 팔꿈치 통증과 어깨 부상이 겹치며 긴 재활의 터널을 지나야했다.
김민우는 2018년부터 한용덕 감독의 신임 속에 꾸준히 선발 경험을 쌓고 있다. 2년간 총 32번 선발로 나섰다. 외국인 선수들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기회를 받았다. 하지만 7승16패에 그쳤다. 선발 등판시의 평균자책점도 6.46, 7.38로 좋지 않았다. 하지만 한걸음씩 전진했다. 2018년 5월 17일에는 984일만의 선발승을 따냈고, 2019년 5월 31일에는 생애 첫 완투를 달성했다.
김민우는 마냥 어린 유망주 투수가 아니다. 올해 프로 데뷔 6년차 시즌을 맞이한 선수다. 자신을 신뢰하고 기회를 준 한용덕 감독에게 보답할 수 있을까. 적어도 봄날의 시그널은 긍정적이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