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의 얼굴이 새겨진 '레모나 BTS 스페셜 패키지'가 출시되자 레모나 관련 제품의 택배 물량이 급증했다. 아카데미 3관왕에 빛나는 영화 '기생충' 여파로 '짜파구리'가 인기를 끌자 라면류의 물동량이 늘어나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식품업계 양대 트렌드였던 '흑당'과 '마라' 관련 제품의 택배 물동량은 각각 186배와 7배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에 따른 택배 이동량을 수치화한 이색 '물류 빅데이터'가 눈길을 끌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최근 자사 택배 송장 정보를 분석한 내용을 담은 '일상생활 리포트'를 발간했다. 지난 2년간 대한통운에서 배송한 25억5000만 상자의 물품 정보를 731가지 기준으로 분류한 국내 최초의 택배 빅데이터 분석 자료다. 해당 자료는 택배 기록을 담은 '물류생활'을 비롯해 식생활, 의생활, 문화생활, 소비생활 등 5개 파트로 구성됐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30조원을 돌파한 바 있다. 일상 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물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해 직접 받아볼 수 있게 되면서, 택배 정보가 일상 생활과 분야별 트렌드의 직접적인 지표로 자리잡고 있다.
이 리포트에 따르면 먼저 BTS 관련 굿즈 택배 물량이 전년대비 321%나 뛰었다. BTS 멤버들의 얼굴이 새겨진 '레모나 스페셜 패키지' 물량도 190%나 증가했다. BTS 팬을 지칭하는 '아미(ARMY)'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글로벌 스타의 팬 클럽 답게 어마어마한 구매력을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데이터 분석으로 이른바 'BTS 효과'가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넘어 물류시장에까지 등장했다는 평이 나온다.
지난해 5월 영화 기생충 개봉으로 인한 짜파구리 열풍이 시작되자 레시피에 사용된 짜장라면의 월 평균 택배물량은 전보다 207%, 너구리라면은 393%나 증가했다. 라면 전체 물량 가운데 두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개봉 전 8%에서 개봉 후 19%로 2배 이상 뛰었다.
지난해 식품업계 트렌드를 이끌었던 흑당과 마라 관련 제품의 물동량도 급증했다. 전년대비 각각 186배, 7배나 증가했다. 중국 향신료 제품의 택배량 증가는 호기심과 경험으로 시작된 중화권의 맛이 일반 가정에 침투해 일상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날씨를 비롯한 특정 사회현상 역시 물류시장에 그대로 반영됐다. 지난해 겨울철 날씨가 예년과 비교해 다소 높은 기온으로 유지되면서 방한 패션용품 물량이 전년대비 6~19% 가량 감소했다. 난방 가전제품 물량 역시 2018년과 비교해 31%나 줄었다.
지난해 여름 시작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일본 브랜드의 월평균 물량은 전년대비 28% 감소했다. 반면 한국 브랜드 물량은 동일 기간 46%나 증가, 노(NO)재팬 운동 여파도 확인 가능했다. 유튜브 열풍에 따른 주요 개인 방송장비 물동량은 전년대비 34% 늘었다.
한편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통운을 통해 배달된 택배상자는 약 13억2000만개로 집계됐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15세 이상 인구 4538만명을 기준으로 볼 때 연간 29개 이상의 택배를 받은 셈이다. 택배 상자 길이를 35cm로 계산하면 총 길이는 46만km다. 이는 서울~부산(405km)을 569회 왕복하고 지구 둘레(4만km)를 11바퀴 반 돌 수 있는 거리다.
이 같은 물류 움직임을 통해 지역별 경제활동이 얼마나 활성화되고 있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 지난해 전국에서 CJ대한통운 택배를 가장 많이 이용한 곳은 경기도 화성시로, 지난 1년 동안 총 2369만상자가 배송됐다. 이어 서울 강남(2114만), 경기 부천(1993만), 서울 송파(1837만), 경기 남양주(1665만) 등이 뒤를 이었다.
15세 이상 인구 기준 1인당 이용 횟수가 가장 많은 지역은 서울 중구(58.9회)였다. 2위는 서울 강남(44.2)이었으며 다음으로 대구 중구(41.9), 서울 종로(40.9), 서울 서초(37.7), 부산 강서(36.9) 순이었다.
CJ대한통운은 이번 리포트를 시작으로 매년 택배 빅데이터 리포트를 정기 발간할 예정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가치관과 선호도, 관심사가 투영된 택배 빅데이터 정보를 분석해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