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연승은 끊겼지만, 이 모든 것은 과정일 뿐이다. 롯데 자이언츠 허문회 감독이 강조하는 메시지다.
롯데가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르는 기간 동안, 허문회 감독은 매일 훈련을 시작하기 10분전 그라운드에서 선수단 미팅을 소집했다. 선수들이 둥그렇게 잔디밭에 모여 앉고, 허문회 감독은 그 사이에 서서 짧게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약 3주간 같은 시간이 반복됐다. 선수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었냐고 물으면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감독님의 생각을 우리에게 전달해주는 기간이라고 생각한다. 반복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하신다"며 웃었다. 롯데 감독 취임식날, 허문회 감독은 선수단에게 "우리는 모두 개인사업자"라는 인상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었다. 효율을 강조하면서도 선수들에게 생각과 멘털의 변화를 강조하는 허문회 감독의 철학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과연 어떻게 달라졌을지 궁금했던 롯데의 2020시즌. 일단 출발이 좋다. 롯데는 개막 5연승을 달렸다. 아쉽게 12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투수들이 무너지며 '21년만의 개막 6연승'에는 실패했지만, 개막 6경기에서 5승1패. 분명히 박수를 받을만 한 성적이다.
허문회 감독은 스스로 체감하는 선수들의 변화로 "잘 즐기고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선수들에게 초반 성적에 일희일비 하지 말고, 투수는 투수대로 타자는 타자대로 각자의 방향 설정을 잘해서 큰 목표를 향해서 가자고 강조했다"는 허 감독은 "잘 즐기면 잘 이길 수 있다. 선수들의 생각이 많이 바뀐 것 같다. 지고 있다고 해도 그 자체에 연연하지 않고 본인이 해야할 일을 계속 해야 한다"고 말했다.
롯데는 지난해 10개 구단 중 10위. 꼴찌를 했던 팀이다. 그러나 선수 개개인이 가진 능력이나 전체 전력의 가능성을 봤을 때, 꼴찌는 납득되지 않는 성적표였다. 그래서 롯데는 겨우내 변화를 위해 몸부림쳤다. 바닥을 친 만큼 더이상 물러설 곳도 없다고 생각했다. 어떤 변화든 달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여겼고, 선수단에 자리 잡은 패배 의식을 걷어내는 것이 우선이었다. 롯데 선수들이 기술적으로 부족해서, 상위권팀과 비교해 기량이 모자라서 10위를 했던 게 아니다. 허문회 감독은 이 부분을 강조했다. "기술이 문제가 아니다. 생각이 먼저 바뀌어야 기술도 바뀐다. 멘털적인 부분이 좋아져야 야구를 잘할 수 있다"는 감독의 생각이다.
그런 면으로 봤을 때 롯데의 시즌 출발은 의미가 크다. 허문회 감독은 연승을 달리는 와중에도 선수들에게 특별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13일 두산전을 앞두고 1분 남짓 "잘하고 있다"고 격려를 했던 게 전부다. 이미 감독의 뜻과 이론은 스프링캠프 기간에 충분히 전달이 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야구장에서 즐기며 야구 하자"는 허문회 감독의 이야기가 롯데 선수들을 분명히 바꿔놓았다. 이제 이 변화가 어떤 성적으로 돌아오는지, 얼마나 적응 시간이 더 필요한지 지켜볼 차례다.
부산=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