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그동안 인왕산에서 귀여움을 수행하고….'
지난 6월 25일. 서울 이랜드가 '확 달라진' 대표 마스코트 레울을 공개했다. 지난 2015년 창단 때 첫 선을 보인 '레울 패밀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당시 레울 패밀리는 카리스마를 강조했다. 각진 얼굴과 긴 다리를 앞세운 날카로운 표범이었다. 하지만 수련을 마친 레울은 둥근 얼굴로 귀여움을 가득 머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레울을 졸졸 따라다니는 새로운 얼굴, 바로 레냥이의 등장이다. 이랜드는 레울을 졸졸 따라다니는 고양이인 레냥이를 새 마스코트로 품에 안았다.
새 단장을 마친 레울과 뉴 페이스 레냥이는 팬들의 마음을 녹였다. 레울과 레냥이는 코로나19 때문에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팬들에게 첫 선을 보였다. 팬들은 '레울-레냥이 심장을 뿌신다', '주머니에 넣어 다니고 싶다', '심쿵'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랜드 관계자는 "(창단 때인)5년 전과 트렌드가 많이 달라졌다. 최근 인기 캐릭터를 분석한 결과 둥글고 귀여운 캐릭터가 대세라는 결론을 내렸다. 어린이 팬들에게도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는 마스코트를 '리뉴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지난 시즌 막판부터 수개월에 걸쳐 준비했다. 마스코트 준비 과정부터 공개 일정까지 스토리라인을 짰고, 앞으로는 상품으로도 판매할 예정이다. 모기업과 협업해 다양한 상품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팬들도 벌써부터 '좋은 머천다이징(MD) 만들어주세요', '상품 나오면 무조건 소장각'이라는 목소리를 낸다.
'대세구단' 대구FC는 마스코트 마케팅을 통해 대박을 쳤다. 지난해 공개한 리카는 대구FC를 넘어 대구를 대표하는 얼굴로 거듭났다. 리카 가방은 출시 45분 만에 완판 신화를 썼을 정도. 구단 관계자는 "기존 마스코트 빅터는 팬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한 차례 '성형'을 했다. 리카를 제작할 때는 기획 단계부터 심혈을 기울였다. 3년을 투자한 결과물이다. 매뉴얼도 있다. 예를 들어 마스코트의 귀여움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형 안에 들어가는 사람도 몇 차례 테스트를 통해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스토리라인. 구단 관계자는 "리카는 단순한 마스코트가 아니다. 상징성을 높이기 위해 인격을 부여했다. 제작 1주년 때는 돌잔치를 하기도 했다. 이때는 타 구단 마스코트도 함께 해 의미를 부여했다"고 덧붙였다.
구단을 넘어 지역의 대표 마스코트로 거듭난 리카는 상품으로서도 가치가 빼어나다. 특히 대구FC는 리카 관련 상품을 '한정'으로 제작해 희소성을 높이고 있다. 구단 관계자는 "제품을 소규모로 제작하는 것은 재고를 남기지 않기 위한 현실적 이유도 있다. 하지만 한정판은 그 의미만으로도 특별하기 때문에 일부러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만들고 있다"고 귀띔했다.
울산 현대는 시즌 전 '국민 캐릭터' 타요 버스와 손을 잡았다. 울산 관계자는 "팀을 대표하는 마스코트 '호랑이 가족'은 팬들에게 무척 익숙하다. 하지만 신규 팬 유치를 위해서는 조금 더 익숙한 마스코트로 접근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전 국민이 아는 타요 버스와 손을 잡고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은 이달 말 타요 버스 티셔츠를 출시할 예정이다.
몇 년 전부터 마스코트 마케팅을 진행했던 성남FC도 '리뉴얼'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 관계자는 "그동안 마스코트를 활용해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했다. 어린이 팬들과 소통할 때 마스코트의 접근성이 무척 높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어린이 팬 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마스코트와 관련된 제품을 찾는다. 이와 관련해 마스코트 리뉴얼을 고민하고 있다. 기획 단계라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충남아산도 신규 마스코트 티티를 제작했다. 에코백, 스마트 톡 등 상품을 통해 팬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역시 마스코트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연맹은 개막 전 '리그 마스코트 반장선거'를 진행했다. 연맹 관계자는 "마스코트 홍보를 통해 여성과 아동 등 신규 축구팬 유입을 유도했다. 기존 팬 참여도 극대화할 수 있었다. 특히 마스코트를 활용한 다양한 MD 사업의 상품성과 부가가치도 재평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변호 마케팅 전문가(프리랜서)는 "구단의 마스코트가 성공한 사례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그야말로 팬들을 사로잡아 마음은 물론이고 지갑까지도 열게 하는 것이다. 또 다른 사례는 구단에 대한 충성도 혹은 로열티를 높이는 것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리버풀, 프랑스 리그1 파리생제르맹(PSG) 등의 상품 중에서도 호불호가 갈리는 것이 있다. 하지만 구단 로열티로 구매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