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주환 기자]한국프로축구연맹(총재 권오갑) 이사회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K리그 선수단 연봉 감액 권고안'을 의결 통과시키자, 바로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회장 이근호)가 '권고안'을 '말장난'으로 평가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프로연맹 이사회는 K리그의 최고 의결권을 갖고 있다. 연봉감액 권고안은 짧은 시간에 즉흥적으로 나온 것이 아니다. 이미 4월부터 공론화했고, K리그1~2부 대표자회의를 거치며 구체적인 안을 만드는 데 한달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대표자회의 이후 각 구단은 고참급 선수 및 감독들과 면담했고, 연맹은 최근 감독 및 주장 간담회를 통해 재차 설명해 의견을 수렴했다. 전북 현대 조세 모라이스 감독(포르투갈 출신)은 "취지에 공감한다. K리그 구성원으로 동참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미 두달치 월급의 10%씩을 자진 삭감해 구단에 반납했다.
이사회를 통과한 선수단 연봉 감액 권고안은 프로연맹과 22팀이 매우 신중하게 만든 '고통 분담을 통한 상생' 방안이라고 볼 수 있다.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실질적인 총 감액은 선수단 총 연봉의 2~3% 수준이라고 한다. 3600만원이하 저연봉자 보호 방안까지 포함되어 있다. 또 일방적인 감액이 아닌 권고와 동참 요청이다. 중국은 축구협회가 슈퍼리그 각 구단에 선수들의 연봉 30% 삭감을 통보했다고 한다. 유럽 빅클럽들의 연봉 삭감 수준은 10%를 넘는 곳이 수두룩하다.
그런데 선수협은 이런 프로연맹과 구단들의 고통분담 방안을 불신하고 있다. '강제성'이 없다는 걸 믿지 못하고 있다. 보도자료에서는 연맹이 '말장난'을 하고 있다고 깎아내렸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수단 연봉 감액안은 권고안이다. 이제 구단과 선수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선수협도 잠시 물러나 진행 여부를 살펴보면 된다"고 말한다. 선수협이 이미 앞서 나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번 선수협이 보도자료에서 말한 주장의 근거는 약하다. 구단의 선수에 대한 강제는 아직 실제로 K리그 현장에서 발생하지도 않았다. 또 권고 사직도 해고 아니냐는 식의 비유는 K리그 선수와 구단과의 계약 관계에선 설득력이 떨어진다.
선수협의 주장처럼 실제로 강제적인 연봉 감액을 할 수 있었다면 왜 구단들이 지금까지 가만 있었을까. 수입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최대한 선수단의 연봉에는 손을 대지 않으려고 했다.
선수협은 스스로 K리그 선수들의 대표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보도자료에서 718명(8월 19일 기준)이 가입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선수협은 지난 4~6월, 약 3개월 동안 프로연맹과 협의를 통해 뭔가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당시 미팅은 선수협이 제안했고, 연맹이 화답해서 이뤄졌다. 좋은 상생의 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당시 K리그 구단들은 그 미팅의 결과를 주목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렬됐고, 어쩔 수 없이 연맹과 구단이 머리를 맞대 이번 조정 권고안이 나왔다.
이제 이번 권고안으로 공은 구단과 선수들에게 넘어갔다. 선수협이 주장한 대로 강압적인 삭감이 있어서는 안 된다. 구단들도 그렇게 할 마음이 없다. 선수협도 차분히 선수 개개인의 선택을 지켜보는 게 맞다. 대표성을 갖고 있다고 해서 선수협의 20일 보도자료 같은 주장은 자칫하면 선수들을 K리그 상생에 무조건 반대하는 이기주의로 비춰질 수 도 있다. 또 선수협은 선수들의 이익을 대표하는 단체를 넘어 축구팬들로부터 공감을 얻기 위해 뭘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문제 해결을 위한 솔루션 없이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여전히 K리그와 한국 사회 전체를 위협하고 있는 지금, K리거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우리 사회와 경제가 휘청거리면 프로스포츠는 직격탄을 맞게 돼 있다. 당장 모기업에서 기업 구단에 지원금을 줄이고, 또 지자체에서 추경예산을 시도민 구단에 집행해주지 않으면 K리그 팀들은 바로 예산 집행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