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장률 감독이 영화 '후쿠오카'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해 말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돼 평단의 극찬을 받은 영화 '후쿠오카'(㈜률필름 제작). 메가폰을 든 장률 감독이 21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스윗라운지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단편 '11세'(2000)로 베니스국제영화제 단편경쟁부문에 진출하며 화려하게 등장한 이후 중국 내 소수민족인 조선족 여인의 삶을 그린 '망종'(2005), 탈북자와 조선족의 소년의 우정을 그린 '두만강'(2011) 등의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확실한 영화 세계관을 구축해온 시네아스트 장률 감독. 그가 '경주'(2014),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2018)에 이어 도시와 사랑을 통해 경계와 관계를 노래하는 이른바 도시 3부작의 마무리 격이 될 영화 '후쿠오카'로 다시 한번 관객을 만난다.
'후쿠오카'는 28년 전 한 여자 때문에 절교한 두 남자 해효(권해효)와 제문(윤제문), 그리고 귀신같은 한 여자 소담(박소담)의 기묘한 여행을 담은 작품으로 일상적인 상황 속에서 경계를 넘나드는 판타지적인 요소로 관계에 대한 담론을 던진다. 공간, 시간, 성별, 연령, 모든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여행기 속에 한중일 3국의 관계에 대한 담론을 담아, 혐오가 일상이 되어버린 시대의 가운데 놓인 한중일 3국에 서로가 돌고 도는 관계의 미로 속에 있음을 은유적으로 시사한다.
이날 장률 감독은 여러가지 해석으로 읽히기도 하는 '후쿠오카'에 대해 "'후쿠오카'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라고 말했다. 그는 "사랑이란 의미는 럽다. 어떤 남녀가 만나 행복하게 살게 된다는 사랑도 좋지만, 대부분의 사랑은 이뤄지지 않지 않나. 또한 사랑을 하다가도 그 사랑이 증오 바뀌기도 한다. 나는 그 모든 걸 사랑의 범주로 본다. 그런 사랑을 우리 삶에서 어떻게 소화해야 할지, 성사되는 사랑이 아닌 사랑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보여주는 영화가 '후쿠오카'다"라고 설명했다.
장률 감독은 연출자가 영화를 만들 때 모든 설정과 소품 하나하나에 철저한 속뜻과 의미를 부여하진 않는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영화 속에 언급되는 한국의 윤동주 시인, 중국의 장편 소설 금병매, 일본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등을 사용한 의미에 대해서 묻자 "시인이나 소설가는 작품을 만들때 설정 하나 소품 하나 모두 치밀하게 설정하는데, 영화 감독들은 현장에서 즉석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 내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 모두 현장에서 눈에 보인 것들이 우연한 기회에 사용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반 관객에게 다소 난해하거나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그냥 모든 이야기를 일상처럼 생각한다면 하나도 어렵지 않다. 나는 어렵게 말하는 사람도 아니고 어렵게 말하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다. 모두가 잘 안다고 생각했던 현실을 더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있고, 다른 사람을 잘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생각도 많이 하지 않나. 영화는 그런 걸 보여주는 것 뿐"이라며 "나는 그런 현실을 이야기할 뿐이다. 마치 내 영화는 어렵고 분석해야 한다는 건 '영화는 멋져야 한다'는 관념에서 오는 서로간의 오해인 것 같다. 나는 현실에서 영화를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한편, '후쿠오카'는 오는 27일 개봉한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h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