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같은 대행 체제인데 위기 돌파 방법은 달랐다.'
지난 4일 열린 FC서울과 부산 아이파크의 K리그1 24라운드는 이른바 '대행매치'로 관심을 끌었다.
서울 박혁순 코치는 김호영 감독대행이 물러난 이후 '대행의 대행'으로, 부산 이기형 코치는 조덕제 감독 사임 이후 감독대행으로 팀을 지휘했다.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부산이 예상을 깨고 2대1 승리하면서 최하위 탈출에 성공했고, 서울은 연패와 함께 강등권을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두 팀은 비슷한 시기에 사령탑을 잃었다. 과정도 비슷했다. 김호영 감독대행, 조덕제 감독 모두 재계약에 대한 구단의 의지가 없다는 사실을 감지하고 스스로 물러났다.
팀 내 '충격파'로 치면 최용수 감독 사퇴를 이미 겪었던 서울에 비해 부산이 더 심했다. 부산에서는 지난 달 16일 강원과의 21라운드(1대2 패) 이후 조 감독 사퇴설이 돌았다.
조 감독이 1부리그로 승격시킨 공로가 있는 데도, 구단측이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둔 조 감독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각종 '설'들이 나돌았다. 이에 선수단도 동요했다. 일부 선수들이 부산에 대한 애정을 잃어 올 시즌 이후 이적할 팀을 알아보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막상 조 감독이 떠난 뒤 맞은 첫 경기, 서울전에서 부산은 더이상의 위기감을 노출하지 않았다. 이 대행과 선수들의 경기 후 인터뷰에서 그 비결을 엿볼 수 있다.
이 대행은 "그동안 자꾸 이기지 못해서 패배감이 많았다. 감독 사퇴의 어려운 일을 겪은 상황이라 자신감을 북돋워 주는데 집중했다"고 승리 요인을 밝혔다.
이날 눈부신 '선방쇼'로 일등공신이 된 골키퍼 최필수는 "상대보다 더 간절해야 한다는 정신 무장으로 강하게 뭉쳤다. 경기장에 입장할 때부터 자신감이 컸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프리킥 결승골을 터뜨린 박종우는 "2-0으로 리드하다가 1실점을 하고 난 뒤 후배들의 정신줄을 잡아주기 위해 욕을 하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잘 되는 집안'은 어른이 욕을 해도 그게 기분 나쁜 욕으로만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그라운드에서 강하게 중심을 잡아주는 고참을 인정하는 분위기는 그만큼 '원팀' 결속력이 다져졌다는 의미다.
당시 부산이 간절함이 얼마나 강했는지는 최필수의 추가 발언에서 또 알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슈퍼세이브 활약 비결에 대해 "우리 수비수들이 몸을 던져 막으려고 뛰어 준 덕분에 내가 막기 좋은 각도로 공이 날아왔을 뿐"이라고 했다. 압도적인 유효슈팅 등 기록으로 보면 서울이 패할 수 없는 경기인 데도, 부산이 승리한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반면 서울 박 대행의 답변을 보면 부산과의 온도 차를 느낄 수 있다. 박 대행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우리'를 여러차례 강조했다. "선수들도 그렇고 코칭스태프도 그렇고…, 분위기를 바꾸기기 위해서는 우리가 힘을 합쳐야 한다. 부산전을 준비하면서 선수들과 미팅도, 상의도 많이 했다. 딱히 어떤 부분이 문제라기보다 우리가 힘을 하나로 합쳐서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말을 달리 해석하면 서울은 아직도 '우리'를 강조할 만큼 제대로 뭉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또는 '우리끼리' 힘을 합쳐야 할 만큼 외적인 스트레스가 적지 않았다는, 말 못할 속사정이 여전히 남아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부산은 우리가 힘을 합치는 단계를 뛰어넘어 '더 열심히, 간절하게 뛰자. 무조건 승리하자'고 정신 무장을 했고, 서울은 앞으로 더 힘을 합쳐야 한단다.
같은 '대행매치'였지만 다른 결과가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