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고군분투? 데이비스가 교과서.'
경기 전 벤치 분위기는 사실상 극과 극이었다.
상승세의 우승후보 서울 SK와 주춤한 전주 KCC가 21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 첫 대결로 만났다. 경기 전 우울했던 KCC가 90대80으로 승리하며 예상 밖 '대어사냥'을 했다.
KCC는 에이스 라건아가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이전 전자랜드전에서 석패하며 연승도 끊겼다. 반면 SK는 최준용 김민수의 부상 공백에도 양우섭 변기훈 김선형 등의 스리가드 시스템이 성공하면서 연승 신바람을 내고 있었다.
문경은 SK 감독은 라건아를 잃은 KCC를 상대할 방안에 대한 질문에 여유있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특히 문 감독은 "개막 전 연습경기 때 KCC에 20점차 이상으로 대패했다. 선수들이 열심히 뛰지도 않아서 화를 많이 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트랜지션과 스피드가 좋은 KCC에 맞서 스피드와 활동량으로 맞불을 놓을 것임을 예고하기도 했다.
전창진 KCC 감독은 "혼자 뛰는 타일러 데이비스의 체력이 걱정이다. 상대의 외곽슛도 막으려면 국내 선수들이 한 발 더 뛰어줘야 한다"며 열세라고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다짐했다.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점차 한국농구에 적응하며 위력이 강해지고 있다는 데이비스가 소문대로였다. 그는 용병 2명 몫을 하며 골밑을 든든하게 지켰고 탄성을 자아내는 블록슛, 덩크슛을 선보이기도 했다. 1쿼터에만 데이비스가 건져낸 리바운드(6개)가 SK 전체 리바운드(3개)보다 많았으니 말 다했다. 여기에 '믿을맨' 송교창이 제몫을 하고 김지완의 알토란 3점포까지 곁들여졌다.
이 덕분에 KCC는 예상을 깨고 1쿼터에 26-21로 리드를 잡았고, 2쿼터에 스피드를 살린 SK의 반격에 밀려 고전했지만 전반을 42-41, 리드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데이비스는 전반에 이미 더블더블(17득점-12리바운드)을 기록했다.
이후 데이비스의 체력이 관건이었다. SK는 자밀 워니와 닉 미네라스를 번갈아 기용하며 데이비스의 체력을 소진시키려고 했다. 그럼에도 데이비스는 좀처럼 무너지지 않았다.
3쿼터 들어 데이비스는 4분여 동안 혼자서 5연속 골(10득점)을 도맡으며 팀을 이끌었다. 정확한 미들슛까지 더하니 무서울 게 없었다. 수비 전환이 느려져 워니에게 적잖은 득점을 허용했지만 데이비스의 분투는 경이적이었다.
이날 부동의 에이스 이정현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한 게 옥에 티였지만 송교창 송창영 정창용이 역할 분담을 한 덕분에 KCC는 3쿼터 점수차를 벌리는 데 성공했다.
이제 운명의 4쿼터. KCC는 데이비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국내선수 옵션을 늘렸다. 정창영 송창용이 연속 3점슛으로 상대의 추격의지에 찬물을 뿌렸다. KCC가 84-78로 몰려있던 경기 종료 1분21초 전 김지완의 3점포가 그림같이 꽂히며 '대어사냥'은 사실상 마무리됐다.
데이비스는 이날 40분 풀타임을 뛰며 38득점 17리바운드로 국내 농구 데뷔 이후 개인 최고기록을 달성했다.
전주=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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