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 남들이 다 가는 단풍숲 말고 운치 있는 가을 바다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다채로운 매력을 품은 해변은 물론, 섬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어 들를 만 한 곳도 쏠쏠하다.
마침 한국관광공사는 11월 추천 가볼 만한 곳으로 '문화예술이 있는 섬'을 선정했다. 한결 같이 촉촉한 감성을 일깨워줄만한 낭만이 흐르는 공간이다.
▲예술 향기 가득한 인천 신시모도(인천 옹진) ▲섬, 고혹적인 정원이 되다! 보령 죽도 상화원(충남 보령) ▲서포 김만중의 좌절과 꿈이 깃든 절해고도, 남해 노도(경남 남해) ▲종교와 예술이 어우러진 순례자의 섬, 기점·소악도(전남 신안) ▲일상 속 쉼표 하나, 여수 예술의 섬 장도(전남 여수) ▲보석 같은 섬에 예술을 덧입히다, 제주 추자도(제주) 등 여섯 곳이다.
김형우 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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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모도는 인천광역시 옹진군 북도면에 자리하고 있는 섬으로, 수도권에서 접근이 수월한 편이다. 신도와 시도, 모도가 다리로 연결된 신시모도에는 예술 작품이 가득한 배미꾸미조각공원이 있다. 이곳에는 조각가 이일호 선생의 사랑과 고통, 삶과 죽음을 형상화한 초현실주의 작품 80여 점이 자유분방하게 전시되어 있다. 작품이 바닷가에 있어 파도 높이와 물때에 따라 다른 감성으로 다가온다. 공원 울타리 밖에 있는 조형물인 '버들선생'은 만조 때엔 아래 부분이 물에 잠겨 바다에 떠 있는 듯 착각을 일으킨다. 이곳은 출렁이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작품을 감상하는 맛이 이채롭다. 공원 앞마당이 갯벌이고, 천장은 푸른 하늘이며, 이따금 바다 위로 비행기도 날아다닌다. 여행자는 작가가 작품을 만든 의도를 상상하며 자유롭게 공원을 둘러본다. 작품과 어우러진 카페는 여유 있게 차 한 잔 즐기기 적당하며, 숙소도 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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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보령시 소재 죽도는 육지와 연결된 섬으로, 한국식 전통 정원 '상화원'이 자리하고 있다. 상화원은 섬의 자연미를 살려 전체를 하나의 정원으로 꾸몄다. 이곳의 상징은 섬 둘레를 따라 조성한 길이 2km의 지붕 있는 회랑이다. 탐방로 역할을 하는 회랑만 따라 걸으면 섬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다. 회랑으로 걷다 보면 해송과 죽림, 바다가 만드는 수려한 자연경관은 물론, 회화와 조형물 등 아름다운 예술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바다와 가까이서 호흡하는 석양정원, 바다를 바라보며 책을 읽는 해변독서실과 차분하게 마음을 정리하는 명상관 등 곳곳에 숨은 재미가 자리하고 있다. 상화원은 4~11월 금·토·일요일과 법정 공휴일에만 개방한다.
경남 남해는 조선시대 대표적 유배지중 하나였다. 조선 중기 선비 자암 김구는 '화전별곡'에서 남해를 '일점선도(一點仙島)' '산천기수(山川奇秀)'의 땅으로 노래했다. 자암이 남해의 아름다움에 감탄했다면, 서포 김만중은 절해고도인 노도에 유폐돼 창작열을 불태웠다. 노도는 남해 상주면 벽련마을 앞에 떠있는 작은 섬이다. 수려한 명소가 많은 남해에서 노도가 알려진 건 전적으로 김만중 덕분이다. 평안도 선천 유배지에서 고전소설의 걸작으로 꼽히는 '구운몽'을 쓴 그는 노도에서는 '사씨남정기'와 평론집 '서포만필' 등을 썼다. 김만중은 한양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3년 남짓 노도에 살다가 55세에 숨을 거뒀다. 남해군은 김만중의 유적과 이야기를 엮어 노도를 문학의 섬으로 조성했다. 김만중문학관, 서포초옥, 야외전시장, 작가창작실 등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어 문학 여행지로 제격이다.
◆종교와 예술이 어우러진 순례자의 섬, 기점·소악도(전남 신안군 증도면 소악길)
'천사의 섬' 전남 신안군과 곧잘 어울리는 섬이 탄생했다. 최근 순례자의 길로 화제를 모은 기점·소악도다. 2017년 전라남도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된 기점·소악도가 스페인의 산티아고를 본뜬 '섬티아고'로 다시 태어났다. 우리나라와 프랑스, 스페인의 건축·미술가들이 섬에 머물며 열두제자를 모티브로 작은 예배당을 지었다. 대기점도와 소기점도, 소악도, 진섬, 딴섬까지 이어지는 순례자의길은 이렇게 완성된 예배당 12곳을 따라 총 12km를 걷는다.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 순례길에 비하면 짧은 거리지만, 각 예배당의 건축미를 감상하며 돌아보는 재미가 있다. 다만 섬과 섬을 연결하는 노두가 밀물이면 잠기기 때문에, 방문하기 전에 국립해양조사원의 조석예보를 확인해야 한다.
◆일상 속 쉼표 하나, 여수 예술의 섬 장도(전남 여수시 예울마루로)
대한민국은 '섬 공화국'이라 부를 법하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섬은 유인도 472개를 포함해서 3300개가 넘는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다. 바다에 별처럼 떠 있는 섬 가운데 가을과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은 어디일까. '예술의 섬'으로도 불리는 여수 앞바다의 장도를 빼놓을 수 없다. GS칼텍스의 사회공헌사업으로 다시 태어난 장도에는 다양한 예술 작품 외에 전시관, 전망대 등이 마련돼 있다. 바다를 보며 잠시 쉬기 좋은 허브정원과 다도해정원도 이곳의 자랑이다. 모든 시설이 예쁜 관람로를 따라 이어진다. '지붕 없는 미술관' 장도에 들어가려면 진섬다리를 건너야 한다. 과거 섬 주민이 오가던 노두를 활용한 다리로, 예나 지금이나 하루 두 번 바다에 잠긴다.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과거의 섬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보석 같은 섬에 예술을 덧입히다, 제주 추자도(제주 제주시 추자면)
추자도는 제주도에서 배를 타고 한 시간가량 가면 만나는 섬 속의 섬이다. 이곳에는 최근 문화 예술의 바람이 불고 있다.
추자항 뒤쪽에는 아픈 역사가 깃든 치유의 언덕이 있다. 푸른 바다로 채워진 대서리 벽화 골목에선 춤을 추듯 일렁이는 파도를 따라 추자10경을 담은 벽화가 모습을 드러낸다. 영흥리로 발걸음을 옮기면 형형색색 타일로 꾸민 벽화 골목이 나선다. 아담한 카페처럼 꾸민 후포갤러리에서 다리쉼을 해도 좋다. 묵리로 향하는 고갯길에는 아름다운 바다와 작은 섬을 배경처럼 두른 포토 존이 근사하다. 언어유희를 즐기는 묵리 낱말고개도 흥미를 끈다. 신양항 앞에는 하석홍 작가의 '춤추자'가 있으며, 옛 냉동 창고를 활용한 후풍갤러리가 일반인 대상으로 곧 문을 열 예정이다. 신양1리와 예초리는 신유박해와 관련한 숨은 역사가 바닷길을 따라 펼쳐진다.
※코로나19로 인해 갑자기 입장이 제한되는 등 변동 여지가 있다. 따라서 방문하기 전 개방여부·개방시간·관람방법 등 세부정보를 미리 확인하는 건 필수다. 또한 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 구석구석 누리집 내 안전여행 페이지에서 소개하고 있는 '생활 속 거리두기'에 따른 여행경로별 안전여행 가이드도 여행 전 꼭 확인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