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길어지는 잡음,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선수와 지도자다.
대한컬링경기연맹의 회장선거 후폭풍이 거세다. 연맹은 지난달 14일 제9대 회장 선거를 통해 기업가이자 대한카누연맹 회장 출신인 김용빈 후보를 회장으로 선출했다. 김 후보는 37표를 획득, 김중로 전 국회의원(35표)과 김구회 전 연맹 회장 직무대행(6표)을 따돌리고 당선됐다.
문제가 발생했다. 연맹 선거관리위원회는 뒤늦게 선거인단 구성 과정이 잘못됐다며 선거 무효를 결정했다. '대한컬링경기연맹 정상화를 위한 선수·지도자 비상대책위원회'는 곧바로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연맹 선관위가 내린 선거 무효 결정은 납득하기 어려운 편파적인 것이다. 연맹의 선거 과정을 조사해 관련자를 엄중 처벌하고, 연맹 선관위가 내린 무효 결정을 체육회 직권으로 철회해달라"고 촉구했다.
공은 대한체육회로 넘어갔다. 체육회 자문 단체인 회원종목단체 선거공정위원회는 1월 25일 컬링연맹 선관위가 20일 결정한 회장 선거 선거 무효를 시정하고, 선거 무효의 취소를 재공고하라고 결정했다. 체육회는 회원종목단체 제29조(선거의 중립성) 제5항, 회원종목단체 회장선거규정 권장(안), 연맹 회장선거규정 제37조(체육회의 시정 지시 이행)를 들어 선거무효가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
논란은 끝이 아니었다. 연맹 선관위는 '선거무효 결정은 잘못된 결정이 아니다. 체육회의 시정조치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선거무효 결정을 취소할 수는 없다. 연맹과 체육회의 회장선거관리규정과 정관, 체육회 회원종목단체규정 어디에도 선관위의 선거무효 결정을 취소시킬 수 있는 근거는 없다'며 반기를 들었다.
이런 어수선한 상황 속 김구회 연맹 회장 직무대행이 사퇴했다. 김 대행은 김재홍 전 회장이 사임하자 지난해 7월 14일 회장직무대행으로 대한체육회 인준을 받았다. 그는 신임 회장 선거를 둘러싼 연맹 내 내홍이 불거지자 "직무대행으로서 수습하기는 역부족이었다"며 사임했다. 다만, 김 대행은 선관위의 선거무효 결정 이후 기탁금 5000만원을 돌려받아 논란의 중심에 섰다. 회장 선거 후보로 등록할 때 납부한 기탁금은 20% 이상 득표한 경우에만 돌려받을 수 있다. 김 대행은 20% 미만 득표에 그쳤다.
연맹이 선거인단 구성 오류로 회장 공석 사태를 맞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9월 선거로 초대 통합 회장을 선출했으나, 자격 없는 선거인단이 참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체육회는 2017년 6월 컬링연맹 회장 인준을 취소했다. 연맹은 회장 공석이 발생한 지 60일이 지나도록 신임 회장을 선출하지 못했고, 결국 2017년 8월 체육회 관리단체로 지정돼 모든 권리와 권한을 상실했다.
연맹은 2019년 7월 관리단체에서 해제됐지만, 이후에도 부실 회계와 부정 채용 등 문제가 계속 불거져 체육회 특정감사를 받았다. 연맹은 고질적인 파벌 문제와 부실 행정 등만 드러내 실망을 안겼다.
하루가 멀다고 반복되는 갈등과 논란. 컬링 선수·지도자 비상대책위원회는 28일 '대한체육회 명령을 거부한 연맹 선관위에 컬링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선관위의 무능과 현 집행부의 부도덕함이 컬링을 수렁에 빠뜨리고 있다. 컬링인들의 피눈물을 외면하고 상급 기관인 대한체육회의 명령조차 거부하는 편향적 사무처와 선관위의 행태에 분노한다'고 비판했다. 계속된 갈등.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와 지도자, 그리고 대한민국 컬링의 몫으로 남게 됐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