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아팠던 선수에게 무작정 큰 돈을 걸 수는 없는 노릇이다.
FA가 구단과의 협상에서 가장 치열하게 싸우는 부분은 보통 인센티브다. 선수에겐 계약금이나 연봉과 같은 보장금액 비중이 클수록 좋다. 인센티브는 말 그대로 잘하면 받는 돈인데, 부상 선수는 이 부분에서 큰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
LG 트윈스가 FA 차우찬과 2년간 총액 20억원에 계약했다. 한데 보장 금액은 2년치 연봉 6억원 뿐이다. 나머지 14억원은 인센티브다. 차우찬은 지난해 7월 24일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1회 투구 도중 왼쪽 어깨 통증이 발생해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후 실전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아직 재활을 진행 중인 차우찬은 개막전까지 실전 컨디션을 회복할 지 미지수다.
미래를 온전히 믿을 수 없다는 구단과 재기를 자신하는 선수간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될 리 없다. 그러나 양측은 인센티브 위주로 구성된 이번 계약이 '윈윈'이 될 것을 기대하며 도장을 찍었다고 한다. 구단은 안전장치를 확보했고, 차우찬은 동기부여를 얻은 셈이다.
인센티브 항목은 승수 또는 평균자책점이 아니라 등판 경기수와 투구이닝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정 수준을 채우면 금액이 올라가는 계단식 인센티브다. 차우찬은 지난 시즌을 제외하고 LG로 이적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시즌 동안 평균 28~29번 등판해 171⅓이닝을 던졌다. 즉 올해 그 정도 등판을 채우면 인센티브를 모두 챙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프지 않으면 된다는 이야기다.
차우찬의 인센티브 규모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역대 인센티브 최고액 기록은 NC 다이노스 박석민이 갖고 있다. 두 번째 FA 자격으로 지난해 1월 '2+1년'간 최대 34억원을 받는 조건에 사인했다. 보장액은 계약금 2억원과 2년치 연봉 14억원을 합친 16억원이다. 나머지 18억원은 2020년, 2021년에 각각 걸린 인센티브와 3년째(2022년) 옵션이 실행될 경우 받는 연봉 및 옵션으로 구성돼 있다. 연도별 옵션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NC는 "계약 3년째에 많은 금액이 책정됐다"고 했다.
박석민은 2016년 NC로 이적한 뒤 첫 시즌을 제외하곤 매년 부상으로 고전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총 116경기에 결장했다. 전체 일정의 26.9%를 소화하지 못했다. NC로선 두 번째 FA 계약에서 안전장치가 필요했다. 그래도 연평균으로 따져 인센티브보다 많은 7억원의 연봉을 보장받았다.
이번에 차우찬이 맺은 계약은 매년 연봉 3억원, 인센티브 7억원의 조건이다. 인센티브가 연봉의 2.3배를 넘는다. 인센티브가 연봉보다 이렇게 컸던 계약은 역대로 없었다.
메이저리그 일본인 투수 마에다 겐타(미네소타 트윈스)는 2016년 LA 다저스와 8년 계약을 하면서 2500만달러(평균 연봉 312만5000달러)만 보장받고, 인센티브만 매년 1000만달러를 걸었다. 아시아 투수들의 내구성에 대한 의심, MRI에서 발견된 팔꿈치 이상 소견 등에 따른 것이다. 그는 불펜을 오가는 바람에 인센티브를 제대로 챙기진 못했지만, 동기부여는 됐다고 한다.
이번에 차우찬처럼 '배보다 배꼽이 큰' 계약 방식은 널리 통용될 필요가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