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한동희가 배트를 거꾸로 들었다? 유망주였던 한동희를 예비 거포로 만든 '특별한' 훈련이다.
롯데 자이언츠는 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2021시즌 스프링캠프를 시작했다. 첫날은 우천으로 선수단 미팅 후 해산했고, 둘째 날부터 야외 훈련이 시작됐다. 선수단은 체조와 워밍업, 짧은 대시를 반복하는 단체 훈련을 함께 한 뒤, 롱 토스를 주고받거나 토스 배팅을 하는 등 개인 훈련을 이어갔다.
한동희는 포수석 뒤 백네트 쪽에서 토스 배팅에 열중했다. 그런데 한동희가 배트를 거꾸로 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한동희는 손잡이보다 훨씬 굵은 배트 윗쪽을 잡고, 손잡이 쪽으로 테니스공을 때리고 있었다.
그 비밀은 이날 인터뷰에 임한 한동희가 직접 털어놓았다. 한동희는 "발사각을 높이는 훈련"이라고 설명했다.
"발사각을 높이자 성적이 급격하게 향상됐다. 원래 타구는 강한데, 땅볼이 많았다. 시즌 평균이 6~7도 정도 된다. 평균이 10도만 넘겨도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시즌초의 한동희는 지금과 전혀 달랐다. 5~6월 타율이 2할2푼8리, OPS(출루율+장타율)는 0.621에 불과했다. 3년차에도 눈에 띄는 발전을 이루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7월, 한동희는 마침내 껍질을 깨뜨리고 날아올랐다. 한달간 홈런 7개를 쏘아올리며 OPS가 1.011에 달했다. 한번 달아오른 방망이는 좀처럼 식지 않았다. 최종 성적은 타율 2할7푼8리 17홈런 67타점, OPS 0.797. 장족의 발전을 증명하며 '포스트 이대호'라는 자랑스러운 수식어를 얻었다. 역대 KBO리그 만 21세 이하 타자 중 김태균(2001년 20홈런) 이후 최다 홈런이란 영광은 덤.
그렇다면 '배트 거꾸로 잡고 테니스공 치기' 훈련은 얼마나 도움이 됐을까.
"방망이를 거꾸로 잡으면, 손목을 잘 쓰지 않고 공을 정확히 맞춰 띄우는데 집중할 수 있다. 타격을 하는 '면'이 좀더 길어지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아래쪽이 가늘고 가볍기 때문에 야구공을 치면 배트가 깨진다. 그래서 테니스공을 쳐야한다."
한동희는 이제 야구를 즐기고 있다. '이대호의 후계자'라는 칭호가 부담보다는 영광스럽고 욕심나는 선수로 거듭났다. "3할 30홈런 100타점 한번 해보겠다. 롯데 4번타자도 되고 싶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지난 시즌 좋지 않았던 어깨도 완전히 회복됐다. 올시즌에는 수비에서도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자신감이 가득하다.
"생활 패턴을 꾸준히, 일정하게 가져가려고 한다. 일어나는 시간부터 야구장 나오는 시간, 운동하는 시간까지 사소한 것 하나부터 루틴을 잘 지키면 컨디션이 무너지지 않고 유지된다. 작년의 큰 틀은 그대로 가져가고, 좋은 것만 더 받아들여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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