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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인터뷰]한화 윤대경 "포스트 정우람? 이기는 경기 지키는 투수 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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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한화 이글스의 2020시즌은 눈물로 얼룩졌다. 18연패, 사령탑 교체 등 갖가지 우울한 소식이 쏟아진 해였다.

하지만 절망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미완의 대기'로 불렸던 투수 윤대경(27)의 발견도 그 중 하나. 윤대경은 지난해 55경기서 5승 무패 7홀드, 평균자책점 1.59의 성적을 기록했다. 2013년 삼성 라이온즈 7라운드 65순위로 프로에 데뷔한 이래 7년 간 1군 무대 성적이 없었던 그는 무너진 한화 마운드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면서 비로소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알렸다.

윤대경의 프로 인생은 순탄치 않았다. 삼성 입단 이듬해 투수로 전향해 2군 무대에서 경험을 쌓았지만, 1군의 부름은 없었다. 2017년 군 입대 후 반전을 모색했지만, 제대 직전 방출 통보를 받았다. 전역 후 그는 일본 독립리그 소속 알비렉스 니이가타 베이스볼에 입단해 재기를 노렸고, 5개월 만에 이상군 한화 스카우트 총괄의 눈에 띄어 다시 KBO리그 무대를 노크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한 팬이 자신의 야구 인생을 그린 동영상을 게시하자, 윤대경이 직접 고마움을 담은 댓글을 달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윤대경은 "영상을 보고 많은 감동을 받았다. 일일이 영상을 찾아 내 이야기를 만들어주셨다. 너무 잘 만드시기도 했고, 감동도 많이 받아 울컥했다. 내겐 특별한 선물이었다"고 돌아봤다. 지난해 미국 스프링캠프 때도 1군과 동행했던 윤대경은 "당시엔 1군 경험도 없이 캠프에 합류해 '나를 선보인다'는 생각이었는데, 올해는 확실한 목표를 갖고 어떻게 해 나아갈지 준비한다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또 "작년보다 못하면 '1년 반짝한 선수'라는 말이 나올 것이다. 그런 말을 듣는 게 너무 싫다"며 "올해도 팀에서 중요한 역할 하고, 팀이 이기는 상황에서 던지고 싶다. 지난해 활약이 '운이 아니었구나' 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성공 비결로 꼽은 것은 공격적인 투구였다. 윤대경은 "강한 타자가 나와도 변화구로 유인하기보다 '치면 (타자가) 잘 친거고, 잡으면 내가 잘 던진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올해도 그렇게 던질 생각"이라고 했다. 새 구종 추가를 두고는 "구질을 바꾼다기보다, 공이 가운데로만 몰리지 않는다면 쳐도 안타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던져볼 생각"이라고 했다.

윤대경은 올해도 한화 필승조 요원으로 '수호신' 정우람으로 이어지는 '승리의 가교' 역할을 맡을 전망. 일각에선 그를 베테랑 정우람의 뒤를 이을 마무리 투수감으로 꼽기도 한다. 윤대경은 "보직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타이트한 상황에서 믿고 맡길 수 있는 투수가 되고 싶다. 팀이 이겨야 하는 상황에서 던지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말했다. '언젠가 후배들이 마무리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정우람의 말에는 "내가 거기까지 생각할 상황은 아직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치면서 "마무리 욕심보다는, 주어진 자리에서 최고의 성적을 내겠다는 생각 뿐"이라고 했다.

윤대경은 지난해 활약에 힘입어 올해 175% 인상된 연봉 7700만원을 받는다. 그는 "내 생각보다 더 많이 올랐다. 구단에서 그만큼 기대하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며 "올려주신만큼 보답해야 한다. 책임감이 더 생겼다. '1년 반짝 투수'가 아닌, 꾸준한 모습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전히 많은 선수들이 퓨처스(2군), 육성군에서 '또 다른 윤대경 탄생'을 꿈꾸고 있다. 윤대경은 "막연할수도 있지만 '포기하지만 않으면 언젠가는 기회가 한 번은 온다'고 생각한다"며 "힘든 시기를 잘 버텨서 자기에게 찾아오는 기회를 잘 잡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거제=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