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우리 동생들, 못난 언니 잘 따라와 줘서 너무 고맙다!"
김유리의 뜨거운 눈물이 GS칼텍스 Kixx를 하나로 묶는 힘이 되고 있다. 남다른 케미로 유명한 GS칼텍스가 시즌 막바지 스퍼트를 앞두고 한층 더 뭉치게 된 계기다.
지난 5일 흥국생명 전의 방송사 선정 수훈선수는 9득점(속공 8)을 올린 김유리였다. 2010~2011시즌 흥국생명에 1라운드 2순위로 입단한 이래 데뷔 11년만의 첫 히어로 인터뷰. 김유리는 끝내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은 8일 스포츠조선에 "감독으로서 참 고맙고 짠했다. 팀을 위해 많이 희생하고 노력해온 선수다. 그간의 고생을 보상받는 느낌"이라며 웃었다.
특히 이날 배구팬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긴 장면은 인터뷰에 나선 김유리를 축하하기 위해 그 앞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함께 감격하는 동료들이었다. 그 모습이 또한번 차 감독을 기쁘게 했다.
"기분좋은 난리였다. 아마 데뷔 이후 처음인건 몰랐을 거고, 우리 팀 오고 나서(2017년 6월) 첫 인터뷰라는 건 다들 알았던 것 같다. 보통 경기가 끝나고 나면 승리한 기분을 담아 사진도 찍고 하는데, 김유리가 인터뷰한다니까 함께 축하해주자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감독으로서 참 흐뭇한 모습이었다."
GS칼텍스는 남달리 끈끈한 팀워크로 유명한 팀이다. 김유리는 그 중심에 선 리더다. 주장을 맡은 적도 있고, 벤치로 밀리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나 묵묵히 노력하는 모습으로 타의 모범이 됐다. 올시즌에는 20경기에서 72점을 따냈고, 속공 성공률 3위(44.44%)에도 올라있다. 차 감독은 "많은 팬들의 주목을 받는 빅게임에서 팀의 에이스가 아닌 (김)유리가 이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는 게 참 뜻깊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유리는 자신의 눈물이 뜨거운 화제가 되자 SNS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김유리는 '나이먹고 주책이야'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31살에 데뷔 첫 MVP 선수 인터뷰라는 걸 했다. 지금도 돌려보면 울컥하고 마음이 몽글몽글거린다. 같이 축하해 주시고 울어줘서 고맙다"면서 "우리 동생들, 못난 언니 잘 따라와 줘서 너무 고맙다. 늘 하는 말이지만 배구도 잘해야 하지만 인성이 더 중요하다는 걸 잊지 말자! 우리 선생님들, 우리 팀 모두 너무 고맙고 사랑한다. 무엇보다도 여태껏 꾹꾹 잘 참아온 나에게 너무 고맙다"라고 되새겼다.
올해 여자배구는 유독 승부의 향방을 예측할 수 없는 시즌이다. 한번 잡은 흐름을 놓치면 되돌리기 힘들다. GS칼텍스는 지난달 29일 IBK기업은행 알토스 전에서 아쉬운 역전패를 당했지만, 그 기업은행도 7일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전에서 거짓말같은 대역전극의 희생양이 됐다.
'웜업존이 탄탄해야 강팀'이라는 차 감독의 지론이 주목받는 이유다. 이소영-강소휘의 뒤를 받치는 유서연이 감초 역할을 해주고, 세터로는 안혜진과 이원정이 고비 때마다 교체 투입되며 분위기를 바꾼다.
다만 센터진만큼은 주전 센터 한수지가 시즌아웃된 공백이 크다. 활력소 역할을 해주던 권민지도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김유리의 부담이 커진 상황. 차 감독은 "문지윤을 (백업 센터로)조금씩 활용하겠지만, 일단 김유리 문명화를 믿고 가겠다"며 신뢰를 드러냈다. GS칼텍스의 올시즌은 김유리의 손에 달렸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