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설연휴 3일간 모든 선수들이 휴가를 받았다. 보기드문 국내 스프링캠프에 가족과 함께 하는 명절이라니, KBO리그 선수에겐 생소할만도 하다.
15일 만난 박진형은 "(허문회)감독님을 믿지만 불안하더라. 몸을 만들어야하는 시기 아닌가. 하루 쉬고 다음날 (진)명호형하고 13일에 출근했더니, 운동하러 나온 다른 형들을 만났다"며 웃었다.
롯데는 추운 날씨에 적응하지 못하는 선수들을 위해 사직구장 불펜에 비닐하우스를 씌웠다. 다행히 연고지가 부산인데다, 날씨가 춥지 않은 편. 조심스럽긴 하지만, 컨디션을 끌어올리는데 큰 무리는 없는 상황이다.
"비닐하우스가 생각보다 정말 따뜻하다. 사실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싶었는데, 그라운드와는 완전히 다르다. 훈련 프로그램도 투구수를 늘리고, 한번 더 반복하는 식으로 조금씩 변화를 줬다."
2020년은 아쉬움이 많이 남은 한 해였다. 5월에는 1승3홀드 평균자책점 1.86의 '철벽'이었다. 하지만 두 차례 부상으로 이탈했고, 좋았던 리듬을 잃어버리면서 부진에 빠졌다. 결국 최종 성적은 53경기 42⅔이닝, 1승4패 17홀드, 평균자책점 5.70에 그쳤다.
올해는 제구에 좀더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전력분석팀의 도움을 얻어 보다 다양한 투구 흐름을 만들기 위해 노력중이다.
"50경기 40이닝 던졌는데 체력 문제는 아니다. 몸관리에 소홀했던 게 맞다. 감이 좋은데, 건드리는걸 두려워하다가 폼이 무너졌다. 올해는 웨이트를 작년 이맘때보다 훨씬 많이 했다. 체중이 작년보다 3~4㎏ 불어서 85㎏ 정도 된다. 이 몸을 유지하려고 노력중이다. 공에 제법 힘이 붙는 느낌이다."
2016년까지는 선발을 꿈꿨다. 하지만 이젠 불펜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구승민과 더불어 마무리 김원중의 앞을 지키는 롯데 필승조다. 박진형은 "셋 중 내가 막내"라며 "형들이 이끌고 내가 받쳐주면서 올해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의지를 다졌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는 6월 7일 KT 위즈 전을 꼽았다. 4대1로 앞선 상황에서 8회초 1사만루에서 구승민의 위기를 추가 실점 없이 틀어막고 승리한 경기다. 박진형은 "입단 동기기도 하고, 유독 친하다. 꼭 막아주고 싶었는데 마침 잘 됐다"며 웃었다.
롯데는 올해 이대호의 FA 계약에 포함된 우승 옵션을 계기로 남다른 한해를 꿈꾸고 있다. 허문회 감독도 진지하게 '4강 이상'을 강조하고 나섰다. 박진형은 소원 하나를 덧붙였다.
"작년 목표가 20홀드였는데 아쉽게 못 채웠다. 올해는 기왕이면 60경기 이상 나가서 롯데 홀드 신기록(현재 오현택 25홀드)을 세워보고 싶다. 한국시리즈 우승도 정말 하고 싶다. 나도 레전드 우승 멤버로 남는게 꿈이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