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개명한다고 모든 일이 잘되진 않는다.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더 노력해야한다."
2000년대 들어 야구계에는 이름을 바꾼 선수들이 무척 많다. 유독 롯데 자이언츠에 더 많아보이는 것은 손아섭의 영향 때문이다.
손아섭은 2008시즌을 마치고 손광민에서 손아섭으로 개명했다. 어머니가 유명 작명소에서 '야구 선수로 성공할, 부상당하지 않는 이름'을 받아온 것.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다. 개명 직후인 2009년에는 커리어 로우를 찍었지만, 2010년부터 인생이 피기 시작했다. 어느덧 손아섭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외야수이자 롯데를 대표하는 스타로 자리매김한 상황. 프로 14시즌 통산 타율 3할2푼5리 162홈런 81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74를 기록중이다. 3년전 겨울에는 소속팀 롯데와 4년 98억원의 역대급 FA 계약도 맺었다.
손아섭 이후 이름을 바꾸는 야구선수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박준서 이지모 이우민 강로한 강태율 등 전현직 롯데 선수들부터 장시환(한화 이글스) 최원준 이유찬(이상 두산 베어스) 진해수(LG 트윈스) 오주원(키움 히어로즈) 김세현(신세계) 등 많은 선수들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손아섭만한 성공사례는 없지만, 나름의 성과를 거둔 선수들도 적지 않다.
가장 최근의 개명 사례는 신세계 한동민이다. 그는 손아섭에게 문의한 끝에 그가 개명한 작명소를 찾았다. 새로운 이름으로 2021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15일 만난 손아섭은 "그 작명소는 이름을 좀 특이하게 짓는 편이다. 한동민은 어떤 이름을 받았을지 기대된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아섭'이란 이름도 손아섭 때문에 팬들에게 익숙해졌을 뿐, 비교적 생소한 어감이다.
최근 롯데에서 이름을 바꾼 선수로는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나균안(나종덕)과 올시즌 주전 포수 경쟁에 뛰어든 지시완(지성준)이 대표적이다.
나균안은 착실하게 노력한 결과 올해 1군 진입이 기대되는 투수로 올라섰다. 공은 빠르지 않지만 커맨드가 좋다는 평. 어느덧 김준태 정보근 지시완 강태율까지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롯데 포수진을 생각하면, 한결 좋은 선택이었다.
지시완 역시 지난해 주전 포수 역할을 수행한 김준태를 위협할 만하다. 최현 배터리코치 역시 "손아섭의 경우를 생각하면, 선수들이 개명하는게 이해가 간다"면서 "지시완도 올해 캐칭과 블로킹이 많이 향상됐다. 타격만큼은 이미 검증된 선수니까, 올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야구계 개명 열풍에 대해 손아섭은 "나름 좋은 영향을 준 것 같아 기쁘다"며 웃었다. 하지만 개명 이후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응원하면서도 냉정하게 선을 그었다.
"나는 이름을 바꾸고 더 잘됐기 때문에 만족한다. 다른 선수들도 잘되길 바란다. 하지만 '개명했으니까 잘될 거야'라고만 생각하면 안될 것 같고,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더 많은 노력을 해야한다. 좋은 선수들이니까, 원하는 결과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