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우승했을 때보다 오늘이 더 감동적이다."
스포츠의 힘은 각본없는 드라마다. 특히 질거라고 생각했던 팀이 이겼을 때의 감동은 스포츠의 백미다. 수많은 경기를 선수와 지도자로 치렀던 박마희 감독에겐 2021년 2월 19일이 영원히 잊지 못할 날이 됐다.
흥국생명은 19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KGC인삼공사와의 홈경기서 세트스코어 3대1의 승리를 거두며 4연패에서 벗어났다. 팀내 선수간 불화에 이재영-다영 자매의 학폭 문제까지 나오며 팀 분위기는 바닥을 쳤고, 주전 세터와 레프트 공격수의 빈자리를 메우기 힘들었다. 둘이 빠진 3경기서 모두 0대3의 패배를 당했던 터라 이날 인삼공사전도 패배가 당연해보였다.
하지만 그동안 부진했던 외국인 선수 브루나가 무려 30점이나 올리는 엄청난 활약을 해주면서 반전이 일어났다. 김연경도 24점을 올리며 맹활약을 했고 결과는 3대1 승리.
박 감독은 경기후 인터뷰에서 "오늘은 정말 감동적인 것 같다. 스포츠 정신을 우리 선수들에게서 볼 수 있었던 경기였다"면서 "감독으로 7년째지만 기억에 남는 경기가 될 것 같다"라고 했다. 우승했을 때와 오늘 승리와 비교해달라고 하자 주저하지 않고 "오늘이 더 감동적이다"라고 했다. 이어 "선수들이 사실 너무 힘들었는데 오늘은 남아있는 0.1%까지 힘을 다 쏟은 것 같다"라며 선수들의 투혼에 고마워했다. 이 얘기를 할 때 그동안 힘든 것들이 생각났는지 조금 울컥하기도.
이날의 히어로는 브루나였다. 30점을 올렸는데 경기 중 중요한 순간 꼭 필요한 포인트를 내주는 공격을 했다. 박 감독은 "브루나가 연습할 시간이 별로 없었던데다 오자마자 안좋은 상황이 생겼다"면서 "오늘 연습할 때 너는 네가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모르는 것 같다. 너를 믿고 하라고 말해줬고, 외국인 선수가 모든 득점을 내는게 아니고 한세트에 5점씩만 내면 된다라고 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경기로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지고 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주장 김연경 등 베테랑 선수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이런 상황을 겪는 선수가 별로 많지는 않을 것 같다"며 "주장 김연경을 비롯해 언니들이 모범적으로 선수들을 잘 이끌어줬다"면서 "본인도 책임감이 커서 힘들어하면서도 자신이 힘든 것을 감추고 잘 다독여 줬다"라고 했다.
이다영 대신해 주전 세터로 나선 김다솔에 대한 칭찬도 있었다. "다솔이가 교체로 들어가서 잘해줬었고, 이긴 경기도 있었다"는 박 감독은 "신장의 열세가 있긴 하지만 차분하다는 장점이 있다. 높이에 대해서 브루나가 다솔이의 토스 높이가 편해진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앞으로 경기에서 승패가 있을 수 있지만 힘든 과정을 또하나 넘기는 경기였다"며 "큰 위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이날 경기의 의미를 부여했다.
인천=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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