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거듭된 '학교 폭력' 논란에 KBO리그가 흔들리고 있다. 현재로선 프로 입단전 저지른 잘못에 대해 징계할 근거가 없다. 하지만 이번 논란을 계기로 달라질 수 있다.
류대환 KBO 사무총장은 22일 스포츠조선에 "신인 드래프트에 참여하는 선수들에게 일종의 '청렴 서약서'를 쓰게 하는 것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류 총장이 설명한 청렴 서약서의 요지는 드래프트에 참여하는 선수들의 학교폭력위원회 등 학창 시절 징계 기록 등을 열람할 수 있도록, KBO가 사전에 개인정보 확인 동의를 취득하는 절차다. 현재로선 당사자의 동의 없이는 이 같은 확인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NC 다이노스는 지명 이후 제기된 논란으로 인해 귀중한 1차 지명권(김유성)을 포기해야했고, 현재 학교 폭력 논란에 휘말린 선수들의 소속팀들도 속앓이 중이다.
KBO는 서약서를 통해 학교 폭력 등 유년 시절 논란이 있는 선수들을 1차적으로 걸러내는 것은 물론, 후일 문제가 생길 경우 제재하는 근거로 삼고자 하는 것. 드래프트를 앞두고 구단과 KBO가 해당 선수의 과거를 검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게 요지다. 또한 지금 당장의 징계도 중요하지만, 향후 프로를 희망하는 미래의 꿈나무들에게 '잘못을 저지르면 안되는구나' 하는 경각심을 보여줌으로써 사전에 예방하는 역할도 한다.
다만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법적으로 고려해야할 부분이 많다. 서약서에 허위사실을 게재할 경우 엄격한 징계를 내리기 위한 법적 근거도 필요하다.
야구만의 움직임이 아니다. KBO는 프로배구와 농구, 축구 등 프로스포츠 각 연맹, 협회와 함께 문화체육관광부, 교육부 등 정부 부처와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
한편 '배구 쌍둥이' 이재영-이다영에서 시작된 '학폭(학교폭력) 미투'는 타 스포츠는 물론 연예계 등 사회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이재영과 이다영은 배구연맹이나 소속팀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공식적인 징계는 받지 않았지만, 잔여 시즌 출전이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 배구협회도 두 선수에게 국가대표 자격 박탈을 선포한 상태다.
OK금융그룹 읏맨은 송명근과 심경섭의 올시즌 잔여경기 출전정지를 공식화했고, 당초 학교 폭력 사실을 부인하던 삼성화재 박상하는 이날 사실을 인정하고 전격 은퇴했다.
야구계의 경우 수도권 구단의 A, B 선수를 향한 '학폭 미투'의 불길이 거세게 타오르고 있다. 1년 선배인 두 선수에게 고교 2년 내내 시달렸다는 C씨는 스포츠조선에 "그들이 바로 가혹 행위의 주동자다. 성추행도 당하고, 노예처럼 일도 했다"면서 "오늘 하루종일 많은 격려와 더불어 후배, 동기들의 증언을 확보했다. 두 사람은 벌을 받아야한다"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