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첫 술은 배 부르지 않았다. 하지만 희망을 발견했다.
롯데 자이언츠의 미래 이승헌(23). 올 시즌 출발, 살짝 아쉬웠다.
지난 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캠프 첫 연습경기. 이승헌은 선발 2이닝 동안 3안타 1볼넷 2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최고 구속 148㎞. 탈삼진은 없었다.
9명의 타자를 상대로 42구를 던졌고, 스트라이크는 25개였다.
이승헌은 1회초 제구가 높게 형성되면서 살짝 흔들렸다. 1회에만 27구를 던졌다.
톱타자 강한울과의 승부가 문제였다.
체인지업 제구가 원활치 않자 패스트볼로 승부를 펼쳤다. 강한울도 빠른 공에 노림수를 두고 풀카운트에서 잇달아 커트를 해낸 끝에 9구 만에 볼넷으로 출루했다. 살짝 흔들린 이승헌은 2번 호세 피렐라와 볼카운트 3B1S에서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가다 첫 안타를 허용했다. 구자욱의 연속 안타로 무사 만루. 이성곤의 1루 땅볼 때 3루주자가 홈을 밟아 첫 실점 했다. 하지만 이어진 1사 1,3루에서 김헌곤에게 바깥쪽 빠른 공으로 병살타를 유도하며 더 이상의 실점을 막았다.
2회에는 1사 후 3루수 한동희의 송구실책과 폭투로 내준 2사 2루에서 김응민에게 좌익선상 적시타를 허용했다.
빠른 승부와 낮은 제구에 대한 과제를 남긴 경기.
하지만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 말 그대로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보완점을 찾는 연습경기일 뿐이기 때문이다. 시즌 전까지 더 완벽한 상태를 만들면 된다.
이승헌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1회 제구 불안에 대해 "(첫 연습경기여서) 조금 들뜬 것도 있었고 집중하지 못했다. 스피드를 의식해 힘을 더 쓰려고 한건 아닌데 제구가 안되다 보니 경기를 힘들게 치렀다. 초구 스트라이크는 괜찮았는데, 볼카운트 관리를 잘 하지 못해 불리해졌다"고 복기했다.
하지만 고난의 행군 속 희망을 발견했다.
2회 내야 실책에도 불구, 단 15구 만에 이닝을 마쳤다. "1회 안 좋아서 2회부터 힘을 빼고 던지자고 생각했다"며 궤도 복귀의 비결을 설명했다. 선발 투수의 경기 운영은 파도 위에서 서핑을 하는 것과 같다. 넘실대는 상황에 따라 누구나 크고 작게 흔들리기 마련이다. 문제는 흔들림이 아니다. 휘청거리면서도 빠르게 정상 궤도를 찾아 다시 일어서는 것이 중요하다.
빠른 슬라이더도 성공적이었다.
"오늘 체인지업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공이 많이 빠지길래 이런 날도 있다고 생각했다. 슬라이더 많이 던지면서 경기를 풀어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겨우내 준비한 야심작, 빠른 커터성 슬라이더였다. 실제 이승헌의 슬라이더 최고 스피드는 139㎞에 달했다. 1회 김헌곤을 병살 처리하기 전 스트라이크 2개를 잇달아 잡아내며 타자를 압박한 구종이 바로 이 공이었다. 주종 체인지업이 원활치 않을 때 찾아갈 대안이 생긴 셈.
피칭하기 쉽지 않았던 우중 등판. 결과는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하지만 '경기 중 궤도 수정'이란 소중한 경험을 한 경기였다. '롯데의 10년 미래' 이승헌의 성장 과정에 또 하나의 거름이 깔렸다.
부산=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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