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실험정신은 좋았으나….'
부산 아이파크의 히카르도 페레즈 감독(45)은 시즌 개막 전부터 관심 대상이었다.
K리그1,2 22개 구단 통틀어 유일한 외국인 감독인 데다, 파울루 벤투 A대표팀 감독과의 인연도 깊었다. 여기에 부산은 중장기 프로젝트로 대대적인 체질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포르투갈에서 선수 육성 전문가로 일했던 페레즈 감독이 어떤 디딤돌을 놓을지도 궁금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이랜드와의 홈 개막전이 첫 시험대였다. 결과는 0대3 완패. 이제 시작인 만큼 속단은 금물이라고, 마냥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페레즈 축구'의 데뷔전 과정을 보면 희망과 우려가 교차했다.
부산 구단의 미래 프로젝트 취지에 맞게 페레즈 감독의 실험정신은 좋았다. 출전 명단부터 그랬다. 베스트11 가운데 U-22 선수가 무려 4명. 공격수 박정인이 2000년생으로 가장 어렸고, 이상준 성호영 박호영은 1999년생이다. 대기 명단에도 최 준(22)과 이지승(22)이 포함돼 있었다. 부산이 이렇게 많은 젊은 선수를 엔트리에 넣은 것은 처음이었다.
엔트리 총 18명의 평균 나이는 25세밖에 안됐으니 말 다했다. K리그2에서는 'U-22 선수 출전-교체 시 최대 5명 교체' 규정이 적용되지 않고 3명 교체만 가능하기 때문에 교체 용병술을 노린 것도 아니었다. 젊은 선수를 차근차근 키워서 2∼3년 뒤 빛을 보겠다는 구단 철학에 발맞추기 위한 것이었다. 구단 관계자도 "경기 시작 전 명단이 나올 때까지 이런 베스트11이 나올 줄 몰랐다"고 한다.
실험은 어느 정도 통했다. 엄밀히 말하면 전반에만 그랬다. 젊은 선수의 스피드와 패기가 이랜드를 힘들게 했다. 수비라인과 측면 크로스, 문전 마무리에서 노련미 부족이 드러나기는 했지만 전반 주도권은 부산이 잡았다. 페레즈 감독의 벤치 스타일도 열정이 차고 넘쳤다. 테크니컬에어리어에 내내 서서 지시를 전달하느라 연신 목청을 높였다. 경기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테크니컬에어리어를 벗어났다가 대기심으로부터 주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라운드 현실은 냉정했다. 부산은 후반 12분 선제골을 허용한 뒤 급격하게 힘을 잃었다. 이 과정에서 젊은 선수들의 경험 부족이 눈에 띄게 드러났다. 일부 젊은 선수는 경합하던 상대 고참 선수가 넘어지면 어쩔 줄 몰라 우와좌왕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애교로 봐 줄 수 있지만 기싸움에서 밀렸음을 노출한 셈이다.
그래도 패배를 받아들이는 페레즈 감독의 자세는 담담했다. "역습 대비 수비전술 준비가 부족했다. 모든 책임은 감독이 진다"고 했다.
부산은 2라운드에서 대전 하나시티즌을 상대로 더 험난한 산을 넘어야 한다. 부산 관계자는 "대전과의 경기에서 감독이 이번엔 어떤 '패'를 내놓을지 기대된다"고 했지만 다소 노심초사하는 표정이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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