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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만에, '수원 더비'가 부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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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2016년 수원은 K리그에 진짜 '더비(Derby)' 시대를 열었다.

경마에서 유래된 더비는 같은 지역을 연고로 하는 두 팀의 라이벌 경기를 뜻한다. 그간 K리그에도 슈퍼매치, 동해안 더비, 제철가 더비 등이 있었지만 엄밀히 말해 진정한 의미의 더비는 아니었다. 1996년 서울을 연고로 하던 일화, 유공, LG가 각각 천안, 부천, 안양으로 연고지를 바꾸면서 K리그에는 한 도시에 두개의 클럽이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수원FC가 2016년 1부리그(당시 K리그 클래식)에 입성하며 한도시의 수원FC와 수원 삼성이 펼치는 '진짜 더비'가 펼쳐졌다. 숫자로 보면 더비의 의미가 더 가깝게 느껴진다. 수원FC의 홈구장인 수원종합운동장과 수원 삼성의 홈구장인 수원월드컵경기장의 직선거리는 2.3km에 불과하다. 버스로 10정거장, 도보로 40여분, 자전거로 10여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말그대로 수원시민의 축제였다.

수원FC가 그해 2부리그로 강등되며 자취를 감쳤던 '수원 더비'가 다시 펼쳐진다. 수원FC와 수원 삼성이 1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1' 3라운드를 치른다. 지난 시즌 수원FC가 기적 같은 승격에 성공하며, 2016년 10월30일 마지막 경기(수원 3대2 승) 후 1593일만에 수원 더비가 부활하게 됐다. 김도균 수원FC 감독도, 박건하 수원 감독도 동계훈련부터 수원 더비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축제와도 같았던 2016년과 달리,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21년의 수원 더비는 조용히 펼쳐진다. 일단 원정팀 응원이 금지된다. 같은 수원이지만 수원 삼성팬들은 이날 경기장에 올 수 없다. 수원FC 관계자는 "추가 인력을 배치해 수원 삼성을 응원하거나 응원 용품을 들고 있으면 퇴장 조치를 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당시 수원종합운동장을 들썩였던 엄청난 응원전은 볼 수 없다. 경기 전 4000여명의 수원 서포터스가 도보로 경기장까지 행진했던 장관 역시 아쉽지만 이번에는 불가능하다. 떠들썩했던 경기 전 각종 이벤트는 물론, 수원시 곳곳을 수놓았던 다양한 홍보 문구도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원 더비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4일 시작된 온라인 예매는 대성황이었다. 경기장 수용 10%에 달하는 1100장이 이틀도 되지 않아 매진됐다. 미디어도 총출동한다. 평소 10여명 안팎이 경기장을 찾는데 반해, 이날 취재신청을 한 기자수는 50명이 넘는다. 수원FC는 유례없는 관심에 어떻게 기자석을 배치할지 매일 회의 중이다. 수원FC 관계자는 "코로나만 아니었어도 더 많은 관중들과 함께 더 많은 이벤트를 기획했을텐데 아쉽다"고 했다.

눈길은 역시 경기에 쏠린다. 2016년 두 팀은 더비 다운 치열한 경기를 펼쳤다. 전력은 수원이 앞섰지만, 수원FC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수원FC는 수원 원정에서 5대4 기념비적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역대 전적은 2016년 3승1패를 포함, 6승1패(수원시청 포함)로 수원의 절대우위다.

이번에도 톱독은 수원, 언더독은 수원FC다. 수원은 8년만에 개막 2연승에 성공했다. 김민우 고승범 한석종으로 이어지는 중앙 라인은 리그 최고 수준이다. 2경기 무실점의 짠물 수비가 돋보였다. 아직 제리치, 니콜라오 두 외국인선수가 정상 컨디션이 아니지만, 짜임새 만큼은 최고다. 겨우내 폭풍영입으로 관심을 모았던 수원FC는 1부리그의 벽을 실감하고 있다. 2경기에서 1무1패, 승리가 없다. 아직 조직적으로 완벽하지 않은데다, 양동현 박지수 등 핵심 자원의 부상까지 겹쳤다.

전체적으로 수원 쪽으로 쏠리는 승부지만, 강력한 라이벌 의식이 넘치는 더비에서 섣부른 예측은 금물이다. 작은 변수 하나에 차이가 갈릴 수 있다. 김도균 감독은 "우리 보다 상대가 더 부담을 느낄 것이다. 쉽지 않겠지만 재밌는 경기를 해볼 것"이라고 했다. 박건하 감독도 "수원FC가 만만치 않은 전력을 보유했다. 첫 수원 더비 잘 준비하겠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