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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구→김민준→이동준,손 대면 터지는 울산 홍명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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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초반, 울산 홍명보호엔 전형적인 '되는 집안'의 기운이 흐른다.

매 라운드 홍명보 감독이 손 대는 선수마다 보란 듯이 터진다. 강원과의 개막전(4대0승), '2002년생 미드필더' 22세 이하(U-22) 에이스 강윤구가 깜짝 선발로 나섰다. 홍 감독은 자신의 K리그 사령탑 데뷔전에서 10대 유망주에게 데뷔전의 기회를 부여했다. "실수해도 괜찮아. 실수해도 고개 숙이지 말고!" 홍 감독의 격려에 강윤구는 전반 45분간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볐다. '원조 홍명보의 아이들' 구자철도 "얘가 18살이라고?"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광주와의 2라운드(1대0승), 이번엔 '김민준 타임'이었다. 강윤구에 집중됐던 스포트라이트가 이번엔 김민준을 향했다. 홍 감독은 "실수 생각하지 말고 후회없이, 자신 있게 슈팅을 많이 때리라"고 주문했다. U-22 쿼터로 프로 첫 선발 기회를 잡은 '울산 유스' 김민준이 통렬한 왼발 데뷔골, 결승골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9일, 인천과의 3라운드 홈경기(3대1승)에서 홍 감독의 선택은 '영건' 이동준이었다. 인천전 불과 하루 전 훈련장에서 원톱 김지현이 무릎 통증을 호소했다. 힌터제어도 광주전 늑골 부상으로 재활중인 상황, 최전방 공격수가 전무한 상황. 올 시즌 울산에 처음 찾아온 위기였다. 이동준이 난생 처음으로 원톱 자리에 섰다. 하룻만에 새 보직을 명받은 이동준은 거짓말처럼 날아올랐다. 전반 13분 페널티킥을 유도했고, 후반 13분 윤빛가람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해결했으며, 후반 30분 환상적인 어시스트로 김인성의 쐐기골을 도왔다. 울산의 3골 모두에 관여하며 7년만의 개막 3연승을 이끌었다. 경기 후 이동준은 "홍 감독님께서 원톱은 처음이니 제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을 극대화하라고 하셨다. 많이 빠져다니면서 빈 공간을 다른 선수들이 차지하도록 하라고 하셨다. 말씀대로 했더니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손 대면 터지는 홍명보호 선수들의 대답엔 공통점이 있다. "잘할 수 있는 부분을 마음 편히 후회없이 하라"는 긍정의 주문을 믿고 따른 결과라는 것이다.

홍 감독은 이동준 원톱 깜짝 카드의 적중에 대해 "굉장히 기분 좋은 일"이라고 했다. "평상시 준비한 과정과 달라 선수뿐 아니라 코칭스태프도 불안감이 있었다. 새롭게 시도하는 부분에서 우리 선수들이 정말 잘해줬고, 좋은 결과를 내줬다. 감독 입장에선 최고의 선물"이라며 흡족해 했다. 홍 감독은 "이동준을 원톱으로 쓴 건 확실한 캐릭터가 있기 때문이다. 복잡하지 않게 단순하게 몇 가지만 준비했다. 이동준, 윤빛가람이 볼을 받기 위한 사이드의 움직임을 챙겼고, 어린 선수들을 뒤에서 받칠 베테랑 신형민과 김성준의 캐릭터 조합을 신경썼다"고 밝혔다.

홍 감독은 강윤구, 김민준, 이동준 등 매경기 '미친 선수'가 나오는 비결에 대해 "나도 잘 모르겠다"며 말을 아꼈다. 새 도전에 나서는 선수들에게 어떤 주문을 하는지, 돌려 물었다. "일단 선수들을 내보내면 그 선수들을 절대적으로 믿는다. 불안감을 떨치는 것, 심리적으로 안정감, 자신감을 갖고 나가는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나는 선수들을 만들어가는 스타일의 지도자다. 전체적인 시간과 가능성을 보면서 이 선수에게 '지금' 필요한 것이 뭔가 고민한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에서 프로에 갓 올라온 강윤구에겐 수많은 전술적인 주문보다는 지금 당장 필요하고, 발전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을 말해주는 편이다. 그 선수가 무엇을 잘하는지 판단해 선수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들을 정확히 이야기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주지하다시피 '레전드' 홍 감독이 어느 팀에 가든 가장 중시하는 것은 '원팀'이다. 지난 1월 울산 부임 후 천명한 울산의 팀 정신 역시 '원포올,올포원(One for all, All for one)'이었다. "울산은 뛰어난 선수도 많지만 다른 팀에 비해 부족한 점도 있다. 팀으로서의 강력한 일체감이 필요하다. 잘하는 걸 더 잘할 수 있게 해주는 건 바로 '팀'이다. 모래알 같은 팀은 중요한 순간 결코 힘을 발휘할 수 없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팀으로서 그런 힘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어제는 위기였다. 우리 선수들이 정말 잘해줬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울산=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