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듯하고, 자랑스럽다."
김도균 수원FC 감독(44)이 김남일 성남FC 감독(44)과 지도자로 처음 만나는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김도균 감독은 "나이는 같지만, 내가 한 학년 위다.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오랫동안 같이 대표팀 생활을 했다. 그런 친구와 이렇게 K리그1에서 감독 대 감독으로 만나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후배' 김남일 감독은 조금 더 이번 지략대결을 기다린 눈치다. 그는 "(김)도균이형이 사람이 워낙 좋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안 좋은 기억이 있다. 청대 때 김도균 감독에게 밀려 경기를 많이 못 뛴 아픔이 있다"며 웃음을 지었다.
김남일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거쳐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미드필더로 커리어를 마쳤다. 반면 꽃미남 미드필더 김도균 감독은 무릎 부상으로 29세라는 이른 나이에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하지만 김남일 감독은 여전히 '주전경쟁에서 밀린' 기억을 떠올리고 있다.
두 사령탑은 기나긴 코치 생활을 거쳐 지난해 처음으로 감독을 맡았다. 김남일 감독이 1부팀 성남 지휘봉을 잡았고, 김도균 감독은 1부 승격을 노리는 수원FC 감독직에 올랐다. 김도균 감독이 부임 1년 만에 수원FC를 1부에 올리면서 이번 지략대결이 성사됐다.
14일 오후 2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4라운드에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나타난 김도균 감독과 김남일 감독은 나란히 '경쟁'이란 단어를 꺼내며 한치의 물러섬 없는 승부를 예고했다.
과묵한 성격대로 기술지역에서 묵묵히 경기를 지켜보는 두 지도자와 달리, 경기장 안 분위기는 무척 치열했다. 서로를 '승점 3점 제물'로 바라보고 난타전을 펼쳤다.
얄궂게 승패가 갈렸다. 앞선 3경기에서 승리가 없던 홈팀 수원FC가 전반 19분에 터진 무릴로의 날카로운 중거리 슛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흐름이 좋았다. 하지만 후반 30분 뮬리치에게 헤더로 동점골을 내주고 37분 수비수 박지수가 퇴장당한 뒤, 후반 41분 부쉬에게 연속골을 헌납하며 1대2 역전패를 당했다. 김도균 감독은 시즌 첫 승을 다음으로 미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어두운 표정으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반면 김남일 감독은 선수 때 '아픔'을 지도자가 되어 털어냈다. 이날은 44번째 생일이기도 했다. 성남은 3,4라운드 2연승을 내달리며 '돌풍'을 예고했다.
한편, 같은 날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강원FC의 경기는 1대1 무승부로 끝이 났다. 양 팀의 외국인 공격수들이 나란히 데뷔골을 넣었다. 강원의 실라지가 전반 10분 선제골을 넣자, 수원의 제리치가 전반 33분 헤더로 응수했다. 수원은 4경기 무패(2승2무)를 달렸고, 강원은 연패(1무3패)를 끊었다. 수원=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