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설린저 태풍, 플레이오프 판도까지 바꿀까.
안양 KGC가 복덩이를 데려왔다. 새 외국인 선수 제러드 설린저 얘기다.
KGC는 21일 인천 전자랜드전에서 97대77로 대승, 2연승을 달렸다. 4위 KGC는 이 승리로 3위 고양 오리온을 반 경기 차이로 추격하게 됐다. 남은 경기 수가 많지 않아 3경기 차이의 2위 울산 현대모비스는 따라잡기 힘들지만, 3위 자리까지는 충분히 넘볼 수 있다.
2연패 뒤 2연승. 이 과정의 핵심은 새 외국인 선수 설린저다. 설린저는 전자랜드전에서 KBL 입성 후 최다인 31분43초를 뛰며 28득점 12리바운드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상대 외국인 선수 조나단 모트리와의 맞대결에서 압승을 거뒀다.
18일 열렸던 창원 LG전에서는 불과 19분11초를 뛰면서 27득점 11리바운드 기록을 달성하며 팀 승리를 책임졌다. 1쿼터부터 폭발한 설린저의 엄청난 기세에 LG 선수들은 기가 죽었고, 반대로 든든한 동료를 얻은 KGC 선수들은 신이 난 모습이었다. 큰 키(2m4)에도 불구하고 슛 폼은 전문 슈터같이 깨끗하며 성공률 또한 매우 높다. 그렇다고 골밑 플레이를 마다하지도 않는다. 내-외곽 공격력을 겸비했으며, 자신이 어느 타이밍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잘 아는 영리한 선수다.
설린저는 지난 11일 서울 삼성전부터 선수단과 함께 했다. 삼성전은 이겼지만, 이어진 부산 KT전과 전주 KCC전은 팀이 패했다. 사실 설린저는 잘했다. KT전부터 4경기 연속 20득점-10리바운드를 넘는 더블더블을 작성중이다. 하지만 연패와 연승 과정에서 달라진 게 있다면 점점 나아지는 경기 체력과 동료들과의 호흡이다.
설린저는 LG전에서 완벽한 경기를 보여준 후 "앞선 경기들은 2주 자가격리 종료 후 바로 합류해 4일 동안 3경기를 치르는 일정이었다.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었다"며 훈련과 휴식 후 점점 경기력을 찾아가고 있다고 얘기했다. LG전만 잘하고, 전자랜드전에 상승세가 꺾였다면 모르겠지만 전자랜드전에서 자신의 진가를 더 확실히 증명했으니 "자신이 없다면 KBL에 오지도 않았다"는 그의 말이 허투로 들리지 않는다.
더 무서운 건 그의 플레이 스타일이 독불장군이 아니라는 점이다. 설린저는 역대 KBL 입성 외국인 선수 중 이름값으로는 최고라고 해도 무방하다. 미국프로농구(NBA)에서 3시즌 연속 주전으로 활약하며 두자릿수 평균 득점을 찍었던 선수다. 부상으로 2년 가까이 쉬었다지만, NBA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던 선수에게 KBL 무대는 조금 시시할 수도 있다. 일부 네임밸류가 높은 선수들은 혼자 무리한 플레이를 일삼기도 한다.
하지만 설린저는 KBL과 한국 농구를 '리스펙트' 한다는 전언. 동료 문성곤은 "처음에 가장 걱정한 게 그 부분인데, 막상 같이 생활해보니 전혀 그런 모습이 없다"고 했다.
플레이에서도 자신이 공격을 해야할 때와 동료들을 살려야 할 때를 절묘하게 구분한다. 설린저가 안에서 밖으로 공을 원활히 빼주자, KGC 두 슈터인 문성곤과 전성현은 신이 날 수밖에 없다. 설린저는 "슛이 들어가든, 안들어가든 나는 믿음을 갖고 동료들에게 패스를 준다"고 밝혔다.
오세근과의 호흡도 점점 맞아 떨어지고 있다. 골밑에서 혼자 짊어지던 부담을 던 오세근이 살아나는 게 KGC는 고무적이다. 두 사람의 연계 플레이로 손쉬운 골밑 득점을 쌓는다면, 남은 정규리그 경기와 다가올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게 김승기 감독의 생각이다.
설린저 개인의 파괴력, 그리고 그에게서 파생되는 시너지 효과까지. KGC가 과연 설린저와 함께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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