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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전 참패 직격탄 '울산국대',멘탈 회복은 홍명보 감독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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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A대표팀이 25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한일전에서 0대3으로 참패했다. 10년만의 한일 친선전에서 또다시 역대 최다골 차 패배를 재현했다. 스코어도 스코어지만, 유효슈팅 하나에 그친 역대 최악의 경기력, 90분 내내 투쟁심 없는 무기력한 모습에 팬들은 실망과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경기 이튿날인 26일 오후 귀국한 벤투호는 파주NFC에서 일주일간의 코호트 격리를 시작했다. 대표팀 선수들끼리 훈련과 격리를 병행하며 컨디션을 조절한 후 내달 2일 각자의 소속팀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울산 현대는 한일전 참패의 아픔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울산은 이번 한일전에 김인성, 이동준, 이동경, 원두재, 김태환, 홍 철, 조현우 등 7명의 공수 에이스를 보냈다. 이동준, 원두재, 김태환, 홍 철, 조현우가 선발로 뛰었고, 이동경, 김인성은 후반 교체 투입됐다. 이겨야 사는 한일전에서 참패를 겪은 후 대표팀을 향한 팬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대한축구협회가 경기 이튿날 이례적으로 사과문까지 내놨다.

대한민국 대표팀 사령탑 출신이자 불과 몇 달 전까지 축구협회 전무로 일했던 홍명보 울산 감독 입장에서도 속이 까맣게 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선수 시절에도, 런던올림픽 동메달 결정전 때도, 일본을 상대로 그는 강했다. 모든 한일전에서 최고의 멘탈, 최고의 경기력으로 맞섰던 한국 축구의 레전드다. 한일전 승리를 누구보다 바라고 응원했을 그다. 선수 차출에 대해 어렵게 입을 연 것도 한일전에 나설 선수의 100% 컨디션에 대한 우려였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홍 감독이 옳았다.

어쨌거나 울산으로서도 올 시즌 처음 맞닥뜨리게 된 위기다. 개막 후 무패(3승2무)를 달리던 울산은 A매치 휴식기 직전 제주전에서 첫 패배를 기록했다. 승점 11로 1위 전북(승점 14), 2위 서울(승점 12)에 이어 리그 3위다. K리그 모든 팀들이 전열을 재정비하는 A매치 휴식기, 울산은 되레 '반쪽' 팀이 됐다. A대표팀 7명에 이어, 설영우, 김태현도 올림픽대표팀 훈련에 차출된 가운데 부상자를 제외한 17명으로 훈련을 진행해왔다. 심지어 벤투호 코호트 격리 해제 이튿날인 3일 곧바로 7라운드 성남(승점 11) 원정이 펼쳐진다.

그러나 홍 감독은 '역대 최악의 졸전' 한일전에 대해서도, 팀의 위기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본인이 감당해내야 할 솔루션만을 생각하고 있다. 남은 선수들의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돌아올 대표팀 선수들의 멘탈을 다독이는 것이 급선무다. 홍 감독은 "경기 후 (이)동준이와 통화했다. 말로는 당연히 괜찮다고 했는데 안 괜찮을 것이다. 한일전을 지고 쏟아지는 비난 속에 다들 많이 힘들 것"이라고 봤다. "몸도 마음도 잘 회복하고, 대표팀에서 원하는 훈련을 잘 따르고 오라는 이야기만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울산이 목표 삼은 우승을 위해서도, 6월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전을 위해서도 이들의 '멘탈 회복'이 시급하다.

홍 감독은 "대표팀에서 훈련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특별히 해줄 수 있는 것은 없다. 팀에 돌아오면 그때 하겠다"고 말했다. "일단은 정신적인 회복이 가장 중요하다. 경기날 팀에 오게 되면 잠깐이라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다. 내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우리 선수들이 최대한 빨리 회복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설명했다.

28일 오후 홍 감독의 울산은 김학범 감독의 올림픽대표팀과 비공개 연습경기를 치렀다. 패기와 실력으로 무장한 올림픽대표팀이 승리했지만, 울산에게도 의미 있는 대목이 있었다. 새 외국인 공격수 바코가 풀타임을 소화하며 골맛도 봤다. 홍 감독은 "바코가 4개월만에 풀타임을 뛰었다. 드리블도 많이 하고 체력도, 경기력도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안쪽으로 제치고 들어가면서 슈팅을 해 골을 넣었다"고 귀띔했다.

홍 감독은 위기 속 기회를 이야기했다. "자칫 분위기가 무거워질 수도 있지만, 남아서 열심히 훈련한 선수들에겐 좋은 기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다음 주까지 훈련한 후 대표팀에서 보내주는 데이터를 살핀 후 성남전 라인업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