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자레드 설린저는 반칙이지."
현대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30일 원주 DB전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장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KGC의 외국인 선수 설린저의 기량을 극찬하면서 말한 농담섞인 멘트였다.
유 감독은 "'설교수'라는 애칭이 맞다. 대단한 선수다. 클래스가 다르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물었다. 어떤 장면이 인상적이었을까.
그는 "경기를 파악하는 능력이 남다르다. 서울 삼성과의 경기였을 것이다. 삼성이 지역방어로 전환했다. 삼성은 올 시즌 경기 승부처에서 지역방어를 쓰면서 쏠쏠하게 재미를 봤다. 그런데 설린저는 지역방어로 바뀌자 마자 하이 포스트(자유투 라인 부근)로 올라와서 그대로 코너에 있는 슈터에게 연속으로 패스를 '쏴'줬다. 대단했다"고 했다.
설린저가 KGC에 대체 외국인 선수로 들어왔다. 팀 적응, 리그 적응의 시간이 부족했다. 하지만 그의 '클래스'로 시간적 한계를 뛰어넘었다.
유 감독은 "자신의 쏠 때와 패스를 할 때의 구분이 기가 막히다. 어떤 수비를 내놔도 막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설린저의 경기 흐름 파악 능력은 격이 다르다. '리드 앤 리액트(경기 흐름을 읽고 반응하는 경기 파악 능력)'는 경이적 수준이다.
공격 시, 슈팅 셀렉션이 완벽한 수준이다. 팀 동료를 항상 보면서도 자신의 공격을 적극적으로 한다. 파워를 앞세워 골밑 공격을 마무리하면서도 외곽으로 빠지고 오세근과 하이-로 게임, 이재도와 2대2 공격, 양쪽 코너의 전성현 문성곤이 공격을 모두 파악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수비도 마찬가지다. 빅맨에게 가장 중요한 수비는 가드와의 호흡이 필요한 2대2 수비다. 3점슛이 강한 메인 볼 핸들러에게는 적절한 헷지(볼 핸들러가 스크린을 타고 공격을 시도할 때 빅맨 수비수가 적절하게 외곽에서 순간적으로 견제하는 행위)를 가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선수에게는 새깅(약간 떨어져서 슛보다는 돌파를 막는 수비방법)을 하기도 한다. 이런 조화와 순간적 대처 능력이 절묘하다.
때문에 KGC와 함께 PO 경쟁을 하는 팀들은 '설린저 파훼법'을 어떻게 가져갈 지가 관건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