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후배들이 나 때보다는 더 나은 환경에서 행복하게 운동할 수 있도록 선배로서 도움이 되고 싶다."
'펜싱여제' 남현희 대한체육회 이사(40)가 후배들을 향한 진심, 체육계 발전을 위한 당찬 의지를 밝혔다.
남 이사는 지난 9일 제41대 대한체육회 42명의 신임 이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여성 체육인을 대표해 임신자 한국여성스포츠회장이 4명의 부회장 중 1명으로 선임됐고, 전체 47명의 이사 중 여성이사는 역대 최다 12명(25.5%)이었다. 올림피언, 국가대표 선수 출신으로는 유승민 IOC위원, 조용철 대한유도회장, 유남규 삼성생명 탁구단 감독, 성정아 대한농구협회 이사, 박장순 삼성생명 레슬링 감독, 진종오 서울시체육회 사격 플레잉코치, 조해리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등과 함께 대한체육회 이사에 발탁됐다.
이기흥 회장의 두 번째 임기 시작과 함께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아젠다2020'을 통해 권장한 양성평등(올림픽 여성 참여비율 50%, 여성임원 비율 30%)을 실현하고 현장의 젊은 선수 출신을 적극 등용한다는 대한체육회의 의지가 적극 반영된 결과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첫 여자펜싱 메달리스트 남현희 이사는 이 의지에 가장 정확히 부합되는 여성 스포츠 리더다.
1m55의 키, 215㎜의 작은 발로 세계를 호령했던 악바리 '땅콩검객'은 은퇴 후에도 눈코뜰새없이 활발한 행보를 이어왔다. 20년간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서 99개의 메달을 목에 건 남 이사는 2019년 제100회 서울 전국체전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한 후 두드림스포츠 부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스포츠를 통한 나눔을 실천하는 한편, 지난해 자신의 이름을 딴 '남현희펜싱아카데미'를 열어 생활체육, 엘리트체육 꿈나무를 키우는 일에 직접 나섰다. 지난해 서울시체육회 이사로 선임된 데 이어 케이블 TV 예능 프로그램 '노는 언니'에 박세리, 한유미, 정유인, 서효원, 곽민정 등 체육계 선후배들과 함께 출연해 '운동하는 여성'들의 무한매력으로 전국민적 사랑을 받았다. 2019년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사이클 국대 후배' 고 이민혜 선수를 위해 헌혈운동에 발벗고 나섰던 그녀는 이후 대한적십자사 홍보대사로도 맹활약중이다. 지난 4일 개인 SNS 채널을 통해 시작한 암 투병 환우를 위한 헌혈증서 기부운동에는 일주일새 300장이 넘는 헌혈증서가 답지했다.
요즘 그녀의 머릿속은 "스포츠를 통한 선한 영향력을 넓혀가는 일, 국가대표로서 국민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드리는 일, 후배들을 위해 더 나은 스포츠 환경을 만드는 일"로 꽉 차 있다. 절친이자 멘토인 박세리 여자골프 국가대표 감독과도 수시로 만나 이 고민을 나눈다.
남 이사는 "중요한 시기에 대한체육회 이사 중 한 명으로 선임해주셔서 감사하다. 선수생활을 통해 직접 경험한 부분을 장점으로 살려 체육인들을 위한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26년간 현역 선수로 활동하면서 남모르게 벽에 부딪칠 때가 많았다. 다른 많은 분야와 마찬가지로 스포츠계도 실력, 문화 모든 면에서 지속적으로 발전돼야 한다는 것이 오랜 생각이었다"면서 "힘들게 운동하는 후배들에게 힘이 되는 선배가 되고 싶다"는 뜻을 털어놨다.
"체육계 후배들이 원하는 운동에만 집중하면서 실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실수 한번에도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국가대표 선수로서 인간적인 면에서 더욱 단단해지고 성숙할 수 있도록 우리 체육인, 지도자, 선수 스스로의 부단한 노력과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랜기간 선수 활동을 하면서 태극마크를 달고 몸과 마음을 바쳐 나라를 위해 달렸음에도 은퇴 후 체육인들의 복지 문제는 정말 심각한 수준이다. 이 부분도 선후배들과 함께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활동하겠다"고 다짐했다. "'나 때보다 더 나은 스포츠 환경'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다. 행복하게 운동할 수 있도로 선배로서 도움이 되고 싶다.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전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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